혼잡한 지하철 안에서 누군가의 신체에 손이 닿았을 뿐인데, 경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혹은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지금 뭐 하신 겁니까”라는 말과 함께 현장에서 신고를 당했을 수도 있죠.
‘공중밀집장소추행’이라는 죄명은, 대부분 자신이 그 혐의를 받고 나서야 처음 접하게 됩니다.
검색을 시작하면 더 혼란스러워지고요.
벌금형으로 끝났다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고, 강제추행(다른 성추행)과는 어떻게 다른 건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특히 실제로 고의가 없었던 상황이라면, 억울한 마음에 즉각적인 해명부터 쏟아내고 싶을 겁니다.
그러나 그 해명이 오히려 불리한 진술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인 대응이 아닙니다.
이 혐의의 정확한 의미와 무게를 냉정하게 파악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필자를 간략히 소개드립니다.
저는 성범죄 전담재판부에서 판사를 역임한, 강창효 변호사입니다.
이 사이트를 통해 성범죄 사건 대응 요령 및 관련 사례를 업로드하고 있으니 크고 작은 도움 얻어가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공중밀집장소추행은 고의성 유무, 당시 현장의 밀집도, 접촉의 방식과 지속 시간 등 구체적 사정에 따라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지는 사건입니다.
나와 유사한 정황에서 실제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를 미리 확인해보시면, 지금의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가늠하실 수 있을 텐데요.
관련 사례를 이 사이트에 구체적으로 서술해두었으니, 이 글과 함께 참고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럼 공중밀집장소추행이 정확히 어떤 범죄인지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공중밀집장소추행의 법적 정의와 성립 요건
공중밀집장소추행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제11조에 규정된 범죄입니다. 이름은 길고 생소하지만, 핵심은 단순합니다.
불특정 다수가 모인 장소에서 사람의 신체를 추행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죠.
성폭력처벌법 제11조가 규정하는 공중밀집장소추행
법 조문에서 말하는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란, 지하철·버스 같은 대중교통, 공연장, 행사장, 집회 장소 등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거나 모이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장소가 실제로 밀집 상태였는가’보다, ‘밀집이 예정되거나 통상적으로 밀집이 발생하는 성격의 장소인가’라는 점입니다.
즉, 해당 시간대에 승객이 적었다 하더라도 지하철이라는 장소 자체의 성격이 요건 판단에 영향을 미칩니다.
추행의 범위도 넓습니다.
반드시 성기나 가슴 등 특정 부위에 대한 접촉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엉덩이, 허벅지, 어깨 등 신체 어느 부분이든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방식의 접촉’이면 추행에 해당할 수 있죠.
고의성 판단 기준 — 우발적 접촉과 의도적 추행의 구분
공중밀집장소추행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쟁점이 바로 ‘고의성’입니다.
혼잡한 출퇴근 시간 지하철이나 만원 버스 안에서는 불가피하게 신체 접촉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그 접촉이 의도적이었느냐,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냐를 어떻게 구분하느냐는 것입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통상 아래와 같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 접촉 부위와 방식: 손등이 스쳤는지, 손바닥으로 감싸듯 접촉했는지
- 접촉의 지속 시간: 순간적이었는지, 일정 시간 유지되었는지
- 반복성: 동일한 피해자에 대해 반복적으로 접촉이 이루어졌는지
- 당시 정황: 차량 혼잡도, 본인의 자세와 동선, 손잡이를 잡고 있었는지 여부 등
이 요소들이 종합되어 ‘단순 접촉’과 ‘추행’의 경계가 결정됩니다.
역으로 말하면, 위 요소들에 대한 객관적 정황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고의성을 다투는 사건의 승패를 가릅니다.
폭행·협박 없이도 성립하는 이유
공중밀집장소추행을 처음 접하신 분들이 가장 의아해하는 부분이 이것입니다.
‘때리거나 협박하지도 않았는데, 왜 처벌을 받느냐’는 것이죠.
이 범죄는 강제추행과 달리 폭행이나 협박을 요건으로 하지 않습니다.
밀집된 공간의 특성상, 피해자가 즉각적으로 저항하거나 회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법이 이미 전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원 지하철 안에서 누군가에게 추행을 당하더라도 몸을 피할 공간이 없으므로, 폭행·협박이 없더라도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본 것이죠.
따라서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는 주장만으로는 이 혐의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쟁점은 폭행·협박의 유무가 아니라, 성적 의도를 가진 접촉이 있었는지 여부에 놓이게 됩니다.
공중밀집장소추행 처벌 수위와 보안처분
유죄가 확정될 경우 어떤 처벌이 내려지는지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라면 가장 먼저 알고 싶은 부분일 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형사처벌 자체도 가볍지 않지만, 그에 못지않게 부담이 큰 것이 형사처벌 이후에 뒤따르는 보안처분입니다.
형사처벌 기준 —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
공중밀집장소추행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같은 법정형 안에서도 실제 선고되는 형량은 사건마다 크게 다릅니다. 양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초범인지, 동종 전과가 있는지
- 행위의 태양: 접촉 부위, 방식, 지속 시간
- 피해자의 피해 정도와 처벌 의사
- 범행 후 태도: 진지한 반성 여부, 피해 회복 노력
예를 들어, 초범이고 접촉이 비교적 경미하며 피해자와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벌금형이나 기소유예로 종결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반면, 동종 전과가 있거나 행위의 정도가 심하고 피해자가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경우에는 그 이상의 형도 선고될 수 있죠.
신상정보 등록·공개·고지, 취업제한 등 보안처분
공중밀집장소추행으로 벌금형 이상이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됩니다.
등록 기간은 통상 20년이고, 사건에 따라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이 함께 부과될 수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이나 장애인 복지시설 등에 대한 취업제한이 최대 10년간 부과될 수 있는데요.
교사, 의료인, 복지 종사자 등 관련 직종에 종사하고 있거나 종사할 계획이 있는 분이라면, 형사처벌 이상으로 이 보안처분이 직업과 생활 전반에 미치는 타격이 큽니다.
이처럼 벌금형으로 끝나더라도 전과 기록과 보안처분은 장기간 남게 되므로, ‘벌금만 내면 된다’는 안이한 판단은 위험합니다.
억울한 혐의를 받았을 때 초기 대응 전략
실제로 고의가 없었음에도 공중밀집장소추행 혐의를 받는 경우는 드물지 않습니다.
혼잡한 대중교통이라는 환경 자체가 오해를 만들기 쉬운 구조이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서 초기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건의 방향이 결정됩니다.
초기 진술의 방향 — 감정적 해명과 진술 번복의 위험성
억울한 혐의를 받으면, 본능적으로 “나는 절대 안 했다”, “오해다”, “만원 지하철에서 어쩔 수 없이 닿은 것이다”라는 해명부터 쏟아내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경찰 조사에서 감정에 휩쓸려 두서없이 진술하면, 이후에 그 진술이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전혀 접촉한 적 없다”고 했다가, CCTV에서 접촉 사실이 확인되어 “접촉은 있었지만 고의가 아니었다”고 진술을 바꾸면 어떻게 될까요?
수사기관은 이를 ‘진술의 번복’으로 평가합니다.
‘처음에는 거짓말을 했다’는 인상을 주게 되어 이외 진술에 대해서도 “이 사람 말은 곧이 믿어줄 수가 없다”라는 낙인이 찍히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사실관계에 부합하는, 일관된 진술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증거 확보 체크리스트 — CCTV, 교통카드, 목격자 진술
일관된 진술만큼 중요한 것이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입니다.
사건 직후, 가능한 한 빨리 아래의 증거를 확보하시기 바랍니다.
CCTV 영상: 지하철역이나 버스 내부 CCTV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삭제됩니다. 사건 발생 후 가능한 한 빨리 보존 요청을 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복구 자체가 불가능해지므로, 이 부분은 시급합니다.
교통카드 이용 내역: 승·하차 시각과 노선을 확인할 수 있어, 당시 차량의 혼잡도를 추정하는 데 유용한 자료가 됩니다.
목격자 진술: 당시 주변에 있던 사람이 접촉의 경위나 상황을 목격했다면, 그 진술이 유력한 증거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당시 본인의 자세 — 손잡이를 잡고 있었는지, 양손에 짐을 들고 있었는지 등 — 와 접촉이 발생한 시점의 차량 내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록해두시기 바랍니다.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지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빠른 시점에 정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피해자와의 직접 접촉 금지 및 변호사 조력의 필요성
혐의를 받은 직후, 가장 위험한 행동 중 하나가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여 해명하거나 합의를 시도하는 것입니다.
“오해입니다”라는 해명이든,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다”는 합의 제안이든, 피해자에게 직접 접촉하면 2차 가해나 증거인멸 시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피해자가 이를 수사기관에 신고하여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죠.
해명이든 합의든, 반드시 변호사를 통해 진행해야 합니다.
특히 경찰 출석 요구를 받은 시점이라면, 첫 조사 전에 변호사와 함께 진술의 방향을 잡아두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초기 대응입니다.
공중밀집장소추행과 강제추행의 차이
공중밀집장소추행과 강제추행은 모두 ‘추행’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법적 구조와 처벌 수위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본인에게 적용된 죄명의 의미와 대응 방향을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구성요건의 차이 — 폭행·협박 요건 유무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폭행·협박의 요부(要否)입니다.
강제추행(형법 제298조)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하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즉, 물리적인 힘이나 위협을 수단으로 사용하여 추행한 경우에 성립하죠.
반면, 공중밀집장소추행(성폭력처벌법 제11조)은 폭행·협박을 요건으로 하지 않습니다.
밀집된 장소라는 환경적 특수성이 피해자의 저항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폭행·협박이 없더라도 추행 행위 자체만으로 처벌 대상이 되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동일한 추행 행위라도, 그것이 발생한 장소와 상황에 따라 적용되는 죄명이 달라집니다.
대중교통이나 공연장 등 밀집 장소에서 발생했다면 공중밀집장소추행이, 그 외의 장소에서 폭행·협박을 수반하여 발생했다면 강제추행이 적용되는 것입니다.
처벌 수위 비교와 죄명 적용 기준
법정형의 상한은 강제추행이 더 높습니다.
공중밀집장소추행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고, 강제추행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다만, 어떤 죄명이 적용되느냐가 곧 유리·불리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죄명과 관계없이 실제 양형은 행위의 구체적 태양, 피해 정도,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 등 개별 사정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본인에게 어떤 죄명이 적용되었는지를 정확히 확인하고, 그에 맞는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중밀집장소추행, 초기 대응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공중밀집장소추행은 법정형 자체는 강제추행보다 낮지만, 보안처분의 무게와 전과 기록이 미치는 장기적 영향까지 고려하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범죄입니다.
특히 고의성이 쟁점이 되는 사건에서는 첫 진술의 방향과 객관적 증거의 확보 여부가 결과를 크게 좌우하죠.
감정에 이끌려 두서없이 해명하거나,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여 상황을 악화시키는 일만큼은 없으시길 바랍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응은, 사실관계를 차분히 정리하고 객관적 증거를 확보한 뒤, 그 자료를 가지고 변호사와 함께 진술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이만 글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강창효 변호사였습니다.
공중밀집장소추행 관련 자주 묻는 질문
Q1. 고의성이 없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요?
A. 고의성 부정은 주로 객관적 정황 증거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당시 차량의 혼잡도, 본인의 자세와 동선(손잡이를 잡고 있었는지, 양손에 짐을 들고 있었는지 등), CCTV 영상, 목격자 진술 등이 핵심 증거가 됩니다. 단순히 “고의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우발적 접촉일 수밖에 없었던 정황을 구체적인 증거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가능한 한 빠른 시점에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2. 피해자와 직접 연락해서 합의를 시도해도 되나요?
A. 직접 연락은 절대 삼가시기 바랍니다. 의도와 관계없이, 피해자에 대한 직접 접촉은 2차 가해나 증거인멸 시도로 오해받을 수 있고, 이 사실 자체가 수사나 재판에서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합니다. 합의를 포함한 피해자와의 모든 소통은 반드시 변호사를 통해 진행해야 합니다.
Q3. 변호사 상담은 언제 받아야 하고 어떤 자료를 준비해야 하나요?
A. 경찰 출석 요구를 받은 즉시 상담을 받으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첫 경찰 조사에서의 진술이 이후 수사와 재판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사 전에 진술의 방향을 설정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담 시에는 사건 경위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한 메모, CCTV 보존 신청 여부, 교통카드 이용 내역, 당시 상황에 대한 기억(차량 혼잡도, 본인의 자세, 접촉 경위 등)을 준비해가시면 보다 효율적인 상담이 가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