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역임, 강창효 변호사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남편의 외도 상대방인 상간녀에게 9개월간 문자메시지 241회를 보내 스토킹 혐의로 입건된 의뢰인이, 최종적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례를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먼저 도의에 어긋난 행동을 한 건 상간녀인만큼, 우리 의뢰인이 내키지 않는 사과를 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저는 민사소송으로 맞불을 놓아 상간녀를 협상 테이블로 데려오는 전략을 택했는데요.
상간녀는 스토킹 고소를 통해 자신이 우위에 섰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을 텐데 돌연 소장이 날아와 이게 뭐지 싶었을 겁니다.
의뢰인은 오랫동안 공무원으로 성실히 복무해온 분이었습니다.
그런 분이 남편의 배신을 알게 된 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상대 여성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고, 그 문자가 쌓이고 쌓여 결국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이라는 죄명으로 돌아왔습니다.
더욱 절박했던 것은 공무원이라는 신분이었습니다.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공무원직을 잃게 되는 구조였기에, 단순히 형사처벌을 피하는 것을 넘어 기소 자체를 막아내야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공무원스토킹 혐의, 어떤 조건에서 성립할까?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접근하거나 연락하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행위의 동기가 아무리 이해할 만하더라도, 상대방이 거부 의사를 밝힌 뒤에도 연락을 계속했다면 스토킹 혐의는 성립합니다.
의뢰인처럼 배우자의 외도에 대한 분노가 원인이었다 해도, 법은 그 감정의 정당성과 행위의 위법성을 별개로 봅니다.
그렇다면 경찰에서 검찰로 사건이 스토킹 기소유예된 뒤에는 어떤 결론이 나올 수 있을까요.
기소(정식 재판), 약식기소(벌금), 기소유예, 혐의없음 등이 있습니다.
이 사건처럼 혐의가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 혐의없음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기소되면 벌금형이라 하더라도 100만 원 이상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의뢰인에게 기소유예는 단순한 선처가 아니라 직업과 생계를 지키기 위한 유일한 출구였던 셈입니다.
기소유예란 혐의는 인정되지만 피의자의 나이, 성행,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후의 정황 등을 고려하여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처분을 말합니다.
감정이 법을 넘은 순간 — 사건의 경위
의뢰인이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것은 어느 해 봄이었습니다.
평생의 동반자라 믿었던 배우자가 다른 여성과 교제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뢰인에게 형언할 수 없는 충격이었습니다.
의뢰인은 상대 여성에게 연락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사실 확인과 항의의 성격이었지만, 상대 여성이 거부 의사를 밝힌 뒤에도 문자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감정은 격해졌고, 메시지의 어조도 거칠어졌습니다. 그렇게 약 9개월간, 문자메시지만 241회에 달하는 연락이 쌓였습니다.
상대 여성의 카카오톡 계정으로도 연락을 시도했고, 상대 여성의 주거지 인근으로 찾아간 정황도 있었습니다.
그 사이 의뢰인의 몸도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시점 전후로 원인 모를 부정출혈이 시작되었고, 심장에 이상이 생겨 두 차례나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이후 갑상선 쪽에도 문제가 생겨 안구가 돌출되고 온몸이 붓는 증상으로 정상적인 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졌습니다. 1년 넘게 질병휴직에 들어갔고, 복직 후에도 회복되지 않아 다시 휴직원을 낸 상태였습니다.

저는 첫 상담을 하기 전에 제 메일 주소를 안내해드리고 해당 메일로 자료를 보내달라고 요청드리는데, 우리 의뢰인이 보내 온 자료를 읽으며 무척 안타까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법 앞에서 이러한 사정은 혐의의 성립 여부와 무관합니다.
의뢰인의 행위가 스토킹에 해당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었고, 저는 처음 상담에서 이 점을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변호 전략 — 민사소송을 지렛대로 형사합의를 설계하다
법리적으로 혐의를 다투기 어려운 이상, 이 사건의 승부처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피해자로부터 처벌불원서를 확보하는 것.
둘째, 검사에게 기소유예의 근거가 될 만한 양형자료를 빈틈없이 쌓는 것.
문제는 첫 번째였습니다.
스토킹 사건의 피해자인 상간녀 입장에서는 9개월간 수백 회의 문자를 받은 당사자입니다. 선뜻 처벌불원서를 써줄 이유가 없었습니다.
1) 손해배상청구소송으로 협상의 구도를 만들다
저는 의뢰인 명의로 상간녀에게 손해배상청구의 소(상간소송)를 제기했습니다. 상간녀의 부정행위에 근거한 정당한 청구였습니다.
소장이 피해자에게 송달된 뒤, 저는 피해자 측에 제안을 했습니다.
형사사건의 고소를 취하하고 처벌불원 의사를 밝히면, 의뢰인 역시 민사소송을 취하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피해자 역시 민사소송의 부담이 있었기에 변호인을 선임한 뒤 이 조건에 합의하게 됩니다.

형사조정을 통해 합의가 성립되었고, 합의서에는
- 고소 취하
- 처벌불원
- 민사소송 취하
- 상호 접근금지
- 비밀유지 조항이 모두 담겼습니다.
의뢰인은 즉시 손해배상청구 사건을 취하했고, 소취하서 및 접수증명원을 검찰에 제출했습니다.
2) 변호인의견서로 공무원스토킹 사건의 기소유예 근거를 쌓다
하지만 처벌불원서를 확보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스토킹 사건은 원래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합의하면) 가해자를 형사처벌 할 수 없는, 이른바 반의사불벌죄였는데요.
2023년 7월부로 이러한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폐지되며 합의를 해도 수사가 종결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죠.
따라서 검사가 기소유예(선처) 처분을 하도록 설득하는 단계가 남은 것입니다.
검사가 기소유예를 결정하려면, 피의자가 재범 위험이 낮고 사회 복귀 가능성이 높다는 확신이 필요합니다.
저는 변호인의견서를 통해 다음의 사정을 입체적으로 논증했습니다.
- 이 사건이 남편의 외도라는 극심한 정신적 충격에서 비롯되었다는 점
- 의뢰인이 자필 반성문을 작성하여 진심 어린 반성의 마음을 담았다는 점
- 스토킹 범죄 예방 관련 온라인 교육을 자발적으로 이수하여 재범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
- 의뢰인이 각종 심각한 신체 질병 으로 1년 넘게 휴직 중이며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어 있다는 점
나아가 진료기록부, 진단서, 병리결과보고서 등 의료 자료를 첨부하여 이를 객관적으로 뒷받침했습니다.
우리 의뢰인의 남편이 직접 탄원서를 작성하여 “이번 사건은 제 잘못에서 비롯된 일이며, 아내가 감정적으로 대응하게 만든 장본인은 바로 저 자신”이라고 밝힌 점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사건의 원인 제공자가 스스로 책임을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한 것이니까요.
그리고 가장 절박한 대목이었습니다.
지방공무원법 제31조에 따르면, 스토킹범죄 행위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공무원 결격사유에 해당합니다.
기소되어 벌금형이라도 선고되면, 의뢰인은 평생 몸담아온 공직사회에서 퇴출되고 직업까지 잃게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공무원 신분에 따른 불이익 자체를 양형의 유리한 사유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의뢰인이 초범이라는 점,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했다는 점,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점, 재범방지를 위해 스스로 교육을 이수하고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기소유예가 적절한 처분이라는 논지였습니다.
결과 — 공무원스토킹 사건, 기소유예 처분
검찰은 의뢰인에 대하여 기소유예 처분을 결정했습니다.

의뢰인은 기소되지 않았고, 벌금형도 받지 않았으며 전과없이 사건을 마무리 지을 수 있게 된 것이죠. (기소유예는 전과가 남지 않고, 수사경력자료에만 5~10년간 남습니다)
이로써 공무원직도 무사히 지켜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건이 끝난 뒤 의뢰인이 보여주신 안도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만일 공무원 신분으로 스토킹 고소를 당한 건 맞지만, 연인 관계 혹은 이별한 관계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아래 사례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마냥 연락 횟수만 채워졌다고 해서 스토킹처벌법을 위반한 것이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아래 사례는 무혐의로 종결된 사례입니다.
같은 상황에 놓인 분들께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되면 분노와 배신감에 이성을 잃기 쉽습니다.
그 감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감정대로 행동한 결과가 형사처벌이라는 상황으로 돌아온다면, 그때부터는 감정이 아니라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 사건에서 만약 의뢰인이 혐의를 부인하거나 감정에만 호소하는 방향으로 대응했다면, 기소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법리적으로 불리한 사건일수록 현실을 직시하고 실익 중심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 민사소송을 활용한 합의 전략
- 검찰 단계에서의 입체적인 의견서 제출
- 그리고 스토킹 기소유예 처분까지의 전 과정을 설계하는 것
이것이 이 사건에서 제가 한 일이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해 계시다면, 감정이 더 깊어지기 전에 법적 조력을 받으시길 당부드립니다.
의뢰인이 지금쯤 조금이나마 행복해졌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이만 글 마치겠습니다. 강창효 변호사였습니다.
공무원스토킹 관련 자주 묻는 질문
Q1. 기소유예 처분을 받으면 전과 기록이 남나요?
A. 기소유예는 검찰 단계에서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처분이므로, 전과 기록은 남지 않습니다. 다만 수사 경력 자체는 기록으로 남을 수 있으나, 이는 전과와는 다른 성격입니다.
Q2. 피해자와 합의하면 반드시 기소유예가 나오나요?
A. 합의와 처벌불원서가 기소유예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은 맞지만, 이것만으로 반드시 기소유예가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범행의 경위, 피의자의 반성 정도, 재범 위험성, 전과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검사가 판단합니다.
Q3. 배우자의 외도 상대에게 연락한 것도 스토킹이 되나요?
A. 됩니다. 스토킹처벌법은 행위의 동기를 묻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반복적으로 연락하면 스토킹 혐의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외도에 대한 분노가 이유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Q4. 공무원스토킹 혐의로 벌금형을 받으면 공무원직을 잃나요?
A. 지방공무원법 제31조에 따르면,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2호에 따른 스토킹범죄 행위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확정되면 결격사유에 해당하여 당연퇴직됩니다.
Q5. 스토킹 사건에서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어떤 도움이 되나요?
A. 스토킹 사건은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가 많아, 단순히 부인하는 것만으로는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변호사는 합의 전략을 설계하고, 검찰 단계에서 기소유예에 필요한 양형자료를 체계적으로 준비하여 최선의 처분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