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전담 재판부 판사 역임, 강창효 변호사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 여자친구에게 약 4년에 걸쳐 카카오톡, 문자, 전화 등으로 총 78회 연락을 했다는 이유로 스토킹 혐의를 받게 된 의뢰인이 스토킹불기소를 받아낸 사례에 대해 적어보고자 합니다.
(우리 의뢰인은 민수, 의뢰인의 전애인은 수연이라고 지칭하겠습니다. 당연히 가명입니다.)
의뢰인 민수는 수연과 연인으로 교제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연이 해외로 교환학생을 떠나면서 연락이 점차 뜸해졌고, 민수가 “이렇게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맞느냐”고 물었을 때 수연은 별다른 대답 없이 침묵했습니다.
그렇게 둘은 이렇다 할 작별 인사도 나누지 않은 채 흐지부지 헤어졌죠.
헤어진 뒤에야 민수는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늘 자기 감정만 앞세우면서 수연의 마음은 헤아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시간이 흐를수록 선명해졌습니다.
그래서 민수는 가끔 수연이 생각날 때면 안부를 묻거나 미안했다는 마음을 전했고, 시간이 흘러 그동안 묵혀둔 감정을 카카오톡 장문 메시지로 쏟아냈는데요.
하지만 수연의 답장은 끝내 없었고, 민수는 친구로부터 “그건 수연이를 괴롭히는 거다, 잘 살고 있는 사람 그만 괴롭히고 편히 놔줘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그제서야 자신의 마음이 수연에게 어떻게 닿고 있었는지 깨달은 민수는,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덕분에 마음 전했어, 안녕”이라는 마지막 문자를 끝으로 수연에게 일절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민수에게 스토킹 피의자라는 통보가 온 것입니다.
스토킹불기소, 어떤 경우에 가능할까? – 형량과 성립조건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행위’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하여 접근하거나 따라다니는 등의 행위를 하거나,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
그리고 ‘스토킹범죄’란 이러한 스토킹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말합니다(같은 법 제2조 제2호).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정리하면, 스토킹범죄가 성립하려면 세 가지 요건이 모두 갖추어져야 합니다.
- 상대방의 의사에 반할 것
-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일 것
- 그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질 것
특히 판례는 일회성 내지 비연속적인 단발성 행위가 수차 이루어진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스토킹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스토킹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느냐는 연락의 ‘횟수’가 아니라 ‘맥락’에 달려 있습니다.
누가 먼저 연락을 시작했는지, 상대방이 명시적으로 거절했는지, 메시지의 내용이 위협적이었는지, 연락의 간격은 어땠는지 — 이러한 사정들이 결론을 가릅니다.
이 사건의 민수에게는 이 모든 요소가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설득력 있는 논리로 풀어내느냐였습니다.
경찰이 아닌 검찰에서 승부를 본 이유
저는 경찰 조사에 입회하여 담당 수사관과 몇 마디를 나누고는 대번에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습니다.
수사관이 78회라는 표면적인 연락 횟수에 꽂힌 모양인지, “이 사건은 당연히 스토킹”이라는 취지로 불리한 심증을 드러낸 것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 수연이 민수에게 명시적으로 연락을 거부한 적이 있는지, 메시지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를 세밀하게 따지기보다 자신의 심증을 굳히는 데 여념이 없어 보였습니다.
수사관의 불공정한 언행에 옥신각신을 하다 결국 기피신청을 한 사건도 있었는데, 생각이 나서 첨부드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 단계에서 무리하게 설득을 시도하기보다,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뒤 의견서를 통해 법리적으로 승부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검찰은 기소 여부를 최종 결정하면서 법리적 쟁점을 보다 면밀하게 검토하기 때문입니다.
이 전략적 판단이 결과적으로 유효했습니다.
저는 검찰 송치 후 변호인의견서를 추가 제출하면서, 스토킹불기소를 이끌어내기 위한 세 갈래의 논증을 펼쳤습니다.
1) 수연은 민수에게 “연락하지 말아라”고 명시적으로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스토킹행위의 첫 번째 요건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할 것’입니다.
그런데 수연은 민수에게 단 한 번도 “연락하지 말아라”라는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수연은 2020년 6월경 민수와 전화통화를 한 자리에서 “기말고사 준비를 하고 있으니, 마치고 연락을 주겠다”고 말했고, 같은 해 8월경에도 “지금은 바쁘니 나중에 연락하겠다”는 문자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수연은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지만, 민수의 입장에서는 수연이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어려웠습니다. 수연의 성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민수와 수연이 교제하던 당시, 수연에게는 갈등 상황을 회피하는 성향이 있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 해결하지 않고 자기 감정에 매몰되어 연락을 잘 받지 않았죠. 그래서 매번 민수가 먼저 장난도 치고 적극적으로 다가가야만 수연도 마음의 문을 열었고, 이것이 둘의 관계가 봉합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러한 교제 패턴에 비추어, 민수로서는 수연의 침묵을 ‘거절’이 아닌 ‘아직 고민 중’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했습니다. 저는 이 점을 의견서에서 구체적으로 논증했습니다.

2) 민수가 보낸 메시지는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유발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요구합니다. 대법원(2023도10313 판결)은 행위자와 상대방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행위 태양, 주변 상황 등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민수가 카카오톡으로 보낸 장문의 메시지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관통하는 주제는 하나입니다.
교제 당시 이기적으로 굴었던 자신에 대한 반성과 후회, 그리고 수연에게 고맙다는 마음.
민수는 메시지에서 “너한테 상처만 주고 힘들게만 해서 많이 후회한다”고 했고,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나의 언행에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몇 년이 지나고서야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이 메시지들 어디에서도 위협이나 협박의 뉘앙스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한편, 민수가 수연에게 “싸우자”는 표현을 쓴 적이 있었는데, 이것이 문제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수는 교제 당시에도 갈등이 생기면 수연에게 장난스러운 별명을 붙여가며 대화를 유도하곤 했습니다. “싸우자”는 소극적인 수연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나름의 표현이었을 뿐, 공격적인 맥락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수연은 민수의 카카오톡을 차단하지 않았고 메시지를 읽기도 했습니다. 만약 메시지 내용이 정말로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주는 것이었다면, 차단이라는 가장 간단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3) 약 4년간의 연락은 ‘지속적 또는 반복적’ 스토킹행위로 보기 어렵습니다.
스토킹범죄가 성립하려면 스토킹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이어야 합니다. 판례는 이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합니다. 일련의 스토킹행위 사이에 일시·장소의 근접, 방법의 유사성, 기회의 동일, 범의의 계속 등 밀접한 관계가 있어야 하고, 일회성 내지 비연속적인 단발성 행위가 수차 이루어진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스토킹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봅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23노191 판결 등 참조).
민수의 연락 패턴을 시간순으로 놓으면, 크게 두 덩어리로 나뉩니다.
첫째, 2020년 O월경부터 2022년 O월경까지 간헐적으로 한 연락입니다.
이 기간 민수는 수연이 “연락을 주겠다”고 약속한 말을 기다리면서, 가끔 생각이 날 때 안부를 묻는 수준이었습니다. 연락 사이의 간격이 수개월에 이르렀고 빈도도 높지 않았습니다. 이는 명백한 단순 단발성 연락입니다.
둘째, 2024년 12월 O일부터 2025년 1월 1일까지 약 한 달간 집중된 연락입니다.
이 기간에 민수는 카카오톡으로 장문 메시지를 보내는 것에서 시작하여, 문자와 전화로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이 두 번째 기간만 놓고 보면 연락의 밀도가 높아 보이지만, 핵심적인 사정이 있습니다. 민수는 이 기간 중에도 스스로 마감 시한을 정해두고 있었습니다.
2024년 말, 민수는 수연에게 이렇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24년이 지나가도 안되는 것이라면 정말 깨끗하게 포기할게. 연락처, 사진 메시지 다 지우고 두번 다시 나타나지 않을게.”

그리고 2025년 1월,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덕분에 마음 전했어, 안녕”이라는 마지막 문자를 끝으로 민수는 실제로 연락을 완전히 중단했습니다.
스스로 연락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하고, 실제로 그만둔 사람입니다. 이 사람에게 스토킹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결과
스토킹불기소. 검찰은 혐의없음(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불기소결정서에는 저희가 의견서에서 주장한 논리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검찰은
- 약 4년 동안 78회 연락에 불과한 점
- 수연이 과거 민수에게 “나중에 연락하겠다”는 문자를 보낸 사실이 있는 점
- 메시지 내용에 비추어 민수가 주로 만남을 요청하거나 사과하기 위하여 연락한 것으로 보이는 점
- 각 연락 행위의 기간, 시간적 간격, 표현 내용에 비추어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행하여진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려운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불리했던 사건이었지만, 그 숫자 뒤의 맥락을 하나하나 풀어내자 결론이 달라졌습니다.
스토킹처벌법, 억울한 혐의를 벗기 위해서는?
이 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스토킹범죄의 성립 여부는 연락 횟수라는 단편적인 숫자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그 연락이 이루어진 관계의 맥락, 메시지의 내용, 상대방의 반응, 행위자의 고의를 모두 종합해야 비로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숫자에 매몰되어 있을 때, 그 숫자 뒤의 사정을 법리와 증거로 정리하여 전달하는 것이 변호인의 역할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경찰 단계가 아닌 검찰 단계에서 승부처를 잡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결과를 바꾸었습니다.
지금 스토킹 혐의로 수사를 받고 계시면서 스토킹 무혐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맥락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어떤 관계에서, 어떤 경위로, 어떤 내용의 연락이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그 맥락을 수사기관에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변호인과 함께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스토킹불기소, 자주 묻는 질문
Q1. 스토킹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불기소가 가능한가요?
A. 가능합니다. 스토킹범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할 것,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일 것,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세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합니다. 이 중 하나라도 입증이 부족하면 불기소 처분을 받을 수 있으며, 변호인의견서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2. 상대방이 “연락하지 말라”고 명시적으로 말한 적이 없는데도 스토킹이 성립하나요?
A. 명시적 거절 의사가 없더라도,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행위 내용,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지 판단합니다. 다만, 명시적 거절이 없었다는 사실은 방어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Q3. 연락 횟수가 많으면 무조건 스토킹에 해당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판례는 일회성 내지 비연속적인 단발성 행위가 수차 이루어진 것에 불과한 경우 스토킹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연락의 횟수뿐 아니라 기간, 간격, 내용, 경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Q4. 전 연인에게 사과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스토킹이 될 수 있나요?
A. 메시지의 내용이 사과라 하더라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지속·반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스토킹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메시지 내용이 회한과 사과에 한정되어 있고 위협적 요소가 없으며, 본인이 스스로 연락을 중단한 경우에는 스토킹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Q5. 스토킹불기소 사건에서 변호사를 선임하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나요?
A. 변호사는 경찰조사 입회, 변호인의견서 작성 및 제출, 유리한 증거 확보 등을 통해 불기소 처분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특히 연락의 맥락과 경위를 법리적으로 정리하여 검찰을 설득하는 것이 핵심이며, 경찰과 검찰 중 어느 단계에 힘을 집중할지 전략적으로 판단하는 것도 변호사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