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전담 재판부 판사 역임, 강창효 변호사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 여자친구와 관계를 정리하려 연락했다가 스토킹으로 고소 당한 사건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의뢰인은 대학생이었고, 같은 과 동기와 약 40일간 교제한 뒤 헤어졌습니다.
이후 약 두 달간 아무런 연락 없이 지내다가, 2학기 개강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같은 과에서 팀플도 함께해야 하고 동기들 사이에서도 서로 불편한 상태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에 전 여자친구에게 카카오톡 선물과 메시지를 보냈는데요.
이 작은 행동이 스토킹 고소로 불거진 것입니다.
사건의 무게만으로도 충분히 버거운 상황이었는데, 수사 과정은 더 험난했습니다.
수사관이 조사도 시작하기 전에 의뢰인에 대한 부정적인 심증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스토킹무혐의, 어떤 경우에 받을 수 있을까?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은 2021년에 제정된 비교적 최신 법률입니다. 스토킹 혐의없음이라는 결과를 이해하려면, 이 법이 어떤 행위를 처벌하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스토킹처벌법 제2조에 따르면, ‘스토킹행위’란
-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는 행위
- 우편·전화·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하여 물건이나 글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등을 말합니다.
이러한 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면 스토킹범죄가 성립합니다.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징역과 벌금이 동시에 선고될 수도 있고, 유죄가 확정되면 전과 기록이 남아 취업이나 각종 자격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단순히 벌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형까지 가능한, 결코 가볍지 않은 죄입니다.
이처럼 무거운 결과가 따르는 만큼, 유죄와 무죄를 가르는 기준도 엄격합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상대방이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시했는지.
둘째, 그 거부 이후에도 연락이 지속적·반복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이 사건에서 바로 이 두 가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경찰조사 입회, 변호인은 어떻게 대응했나
의뢰인이 일찍 연락을 주었기에 망정이지, 만일 혼자 출석하여 조사를 받았다면 검찰로 송치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수사관의 태도가 고압적이기도 했고, 이미 ‘이건 스토킹이 맞다’는 듯한 심증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1) 조사 현장에서의 즉각적 대응
조사 당일, 의뢰인과 함께 경찰서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본격적인 신문이 시작되기도 전에, 당시 팀장이었던 경감이 의뢰인에게 “연락을 하지 말라면 안해야지 왜 그랬어요”라고 말하며, 결론을 이미 정해놓은 듯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저는 즉시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조사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수사관이 예단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기 때문이죠.
돌아온 답변은 “그건 법원가서 다투세요”였고, 의뢰인의 변소 내용과 무관하게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혔습니다.
이대로는 공정한 조사를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해당 경감이 아닌 사건 담당 수사관에게 조사를 받겠다고 요구하여 진행 중이던 조사를 중단시켰습니다.
이후 담당 수사관이 조사에 임하면서 비로소 정상적인 피의자 신문이 이루어졌습니다.
2) 기피신청과 변호인의견서 제출기한 확보
조사가 끝난 뒤에도 상황은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변호인의견서를 작성하기 위해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하여 조서를 열람한 당일, 담당 수사관에게 의견서 제출기한을 논의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담당 수사관은 이미 수사결과통지서까지 내부적으로 작성을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조사일로부터 10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의뢰인의 변소가 담긴 의견서가 제출되기도 전에 사건을 종결하려는 움직임이었습니다.
이에 저는 수사관에 대한 기피신청서를 제출하는 한편, 의견서 제출기한을 확보하여 사건경위와 의뢰인의 변소내용을 충실히 정리한 변호인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3) 실체적 방어 — 네 가지 핵심 포인트
절차적 대응과 병행하여, 의뢰인의 행위가 스토킹에 해당하지 않음을 실체적으로 밝히는 작업도 필요했습니다. 저는 다음 네 가지에 집중했습니다.
거부 의사 표시 시점이 불분명했습니다.
피해자는 7월 초 통화에서 “연락하지마라, 또 하면 차단하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의뢰인의 기억은 달랐습니다.
서로 동문서답하며 통화가 길어지자 피해자가 “통화가 밤 11시 반을 넘어가면 차단할지도 몰라”라고 말한 것이었고, 실제로 그 직후 의뢰인이 먼저 전화를 끊고 상대방을 차단했습니다.
명시적 거부 의사가 있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약 2개월간 완전한 연락 공백이 있었습니다.
7월 초부터 8월 말 즈음까지, 의뢰인은 피해자에게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이 기간 중 카카오톡에서 피해자가 보냈던 숙취해소음료 ‘컨디션’ 선물이 자동 만료되어 취소 통보가 간 적은 있었지만, 이는 카카오톡 시스템이 자동으로 전송하는 것이지 의뢰인이 의도적으로 연락을 시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연락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었습니다.
8월 27일 이후의 연락은 같은 과 동기로서 2학기 개강을 앞두고 서로 불편한 것을 풀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같은 과에서 팀플도 함께 해야 하고, 이 상태로 가면 주변 동기들에게도 불편을 끼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의뢰인은 카카오톡으로 음료 선물과 함께 “팔 많이 다쳤냐”는 안부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는 동기 전체 카카오톡방에서 피해자의 부상 소식을 접한 후의 자연스러운 안부였습니다.
거부 의사를 인지한 즉시 모든 연락을 중단했습니다.
8월 31일, 피해자가 카카오톡으로 “이렇게 연락하면 스트레스 받는다, 스토킹이다”라고 말한 순간, 의뢰인은 카톡방을 나갔고 그 이후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거부 의사를 인지하자마자 깨끗이 중단한 것입니다.
결과 — 불송치(혐의없음)
경찰은 최종적으로 이 스토킹무혐의 사건에 대해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을 내렸습니다.

불송치결정서에는 “피해자의 거절 의사 시기가 명확하지 않고, 피의자의 스토킹 행위가 지속적·반복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가 명시되었습니다.
변호인이 수사 단계에서 주장한 핵심 논리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였습니다.
이별 후 연락이 스토킹이 된다면 —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
이 사건의 의뢰인처럼, 이별 후 별다른 악의 없이 연락했다가 스토킹으로 고소당하는 일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특히 같은 학교, 같은 과처럼 생활권이 겹치는 관계에서는 연락의 이유가 분명하더라도 상대방의 주관적 감정에 따라 스토킹으로 비화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결정적이었던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의뢰인이 거부 의사를 인지한 즉시 연락을 중단했다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수사 초기 단계부터 변호인이 함께하여 불공정한 수사 흐름을 바로잡고 방어 논리를 적시에 전달한 것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께서도 사건을 운에 맡기지 마시고(좋은 수사관을 만나겠지하며 자기합리화), 그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사건을 무사히 마무리 짓겠다는 생각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수사관이 나쁜 심증을 대놓고 드러낸 스토킹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아울러 스토킹 혐의는 일단 입건되면 심리적 압박이 매우 큽니다.
특히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의 경우, 전과 기록이 진로와 취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따라서 혐의를 받게 되었다면 가능한 한 이른 시점에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수사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대응하시길 권고드립니다.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이만 글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강창효 변호사였습니다.
PS – 이 사건은 고소인(전여친)의 항고로 검찰에서 한번 더 변론하였습니다. 검찰에서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스토킹무혐의, 자주 묻는 질문
아래에서 스토킹무혐의와 관련하여 자주 받는 질문에 답변드리겠습니다.
Q1. 이별 후 연락하면 무조건 스토킹인가요?
A. 아닙니다. 스토킹범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연락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의 연락이나, 거부 의사 인지 후 즉시 중단한 경우라면 스토킹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Q2. 카카오톡 선물하기도 스토킹에 해당할 수 있나요?
A. 카카오톡 선물하기 자체가 곧바로 스토킹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상대방이 거부 의사를 밝힌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선물을 보내는 행위는 스토킹처벌법상 ‘물건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Q3. 스토킹으로 고소당하면 바로 전과가 생기나요?
A. 고소 자체만으로는 전과가 생기지 않습니다. 검찰이 기소하여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되어야 전과 기록이 남습니다. 이 사건처럼 경찰 단계에서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이 나면 검찰에 송치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전과와 무관합니다.
Q4. 수사관이 편향된 태도를 보이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수사관에 대한 기피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상 피의자는 수사관이 불공정한 수사를 할 염려가 있을 때 기피를 신청할 권리가 있습니다. 다만 혼자서 판단하고 대응하기는 어려우므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현장에서 즉각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Q5. 스토킹 혐의를 받고 있는데 언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나요?
A. 가능한 한 경찰 조사 이전에 선임하시길 권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변호인이 첫 조사부터 입회하여 수사관의 예단에 즉시 대응하고, 기피신청과 의견서 제출까지 일관된 방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수사 초기의 진술과 대응이 사건의 방향을 크게 좌우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