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전담재판부 판사 역임, 강창효 변호사입니다.
채팅으로 알게 된 고등학생으로부터 성적 행위가 담긴 영상을 전송받은 의뢰인.
어느 날 학생의 가족으로부터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제작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연락을 받게 됩니다.아청물 ‘제작’이라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유죄가 확정되면 집행유예조차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그야말로 인생이 무너질 수 있는 혐의입니다.
다급해진 의뢰인은 저를 찾아오셨고, 저는 고소전합의를 통해 이 사건을 형사절차 없이 마무리하였습니다.
성범죄 사건에 연루되면, 사건이 마무리 되기 전까지는 사회도 감옥과 다름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습니다. 어쩌면 창살 없는 감옥이 더 할까요.
짧게는 수개월, 길면 수년간 경찰서와 법원을 들락거리며 단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죠.
따라서 저는 제 몸이 조금 고생스럽더라도 최대한 빨리 사건을 매듭짓는 데 무척 신경을 기울이는 타입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피해자가 고소를 하기도 전에 저를 찾아와 조언을 구하는 분들이 가장 현명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설마 별 일 있겠어”하며 유야무야 시간을 보내다가 잘못을 하지도 않았는데 법정까지 서는 분들도 저는 많이 봐왔습니다.
검찰에서 징역 5년을 구형했다며 재판 출석을 안내 받았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때가 되면 합의금을 조율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피해자가 요구하는 대로 주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아청법 사건에서 합의금이 어떤 논리로 산정되는지, 그리고 혐의의 범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합의의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구체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고소전합의 사건, 합의금은 어떻게 정해지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은 성범죄 관련 법률 중에서도 특히 무거운 처벌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제작’한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합니다. ‘소지·시청’의 경우에도 1년 이상의 징역형이 규정되어 있고요.
제작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법정형의 하한이 5년이므로, 판사가 형량을 최대로 낮추어 준다 한들 2년 6개월이 하한선입니다.
이처럼 무거운 형사처벌이 예정되어 있으니, 고소 전 합의 방법을 찾는 분들이 가장 먼저 궁금해하시는 것이 “합의금은 도대체 얼마를 내야 하느냐”입니다.
정해진 공식은 없습니다. 하지만 합의금의 크기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첫째, 혐의의 경중입니다.
같은 아청법 사건이라 해도 ‘제작’과 ‘시청’은 법정형 자체가 다릅니다.
어떤 혐의가 인정되느냐에 따라 가해자가 마주할 형사처벌의 수위가 달라지고, 이는 곧 합의금의 출발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 사건에서 제가 혐의를 분리하는 전략을 택한 것도 바로 이 지점 때문이었습니다.
둘째, 피해자 측의 감정과 요구 수준입니다.
특히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합의 상대방은 피해자 본인이 아니라 법정대리인 — 즉 부모입니다.
내 아이가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 앞에서 느끼는 분노와 상실감은 단순히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닙니다.
이런 사건에서 합의금의 액수만 앞세우면 “돈으로 무마하려 한다”는 역효과만 낳을 뿐입니다.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반성이 먼저 전달되어야, 비로소 합의금을 논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됩니다.
셋째, 가해자의 경제적 상황입니다.
아무리 피해자 측이 큰 금액을 원하더라도, 가해자가 실제로 이행할 수 없는 금액으로 합의하면 불이행 리스크가 생깁니다.
합의서에 적힌 숫자가 아무리 크더라도 이행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이행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성의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며, 필요한 경우 분납 조건을 함께 설계하기도 합니다.
이 변수들을 종합하여 합의금의 적정 범위를 설정하고, 그 안에서 양측이 납득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가는 것 — 이것이 합의 과정에서 성범죄전문변호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이 사건에서 저는 그 접점을 만들기 위해 하나의 전략적 판단을 내렸습니다.
혐의를 나누자 — 합의의 물꼬가 트이다
고소전합의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사건을 처음 마주했을 때 내리는 판단입니다.
혐의를 전부 인정할지, 전부 부인할지, 아니면 일부만 인정할지. 이 첫 번째 판단이 합의의 방향과 결과를 좌우합니다.
의뢰인이 저를 찾아왔을 때, 학생의 가족은 ‘아청물 제작’이라는 무거운 혐의를 내세우며 고소를 예고한 상태였습니다.
만약 이 혐의를 전부 수용한다면, 합의금 협상은 가해자에게 극도로 불리한 지형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전부 부인한다면, 피해자 가족은 마음의 문을 닫고 곧바로 고소에 나설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저는 사실관계를 면밀히 검토했습니다. 영상이 만들어진 과정에서 강제력이나 위계, 대가가 결부되었는지, 미성년자의 관여가 어떤 맥락에서 이루어졌는지를 하나하나 따져본 결과, 법리적으로 아청물 ‘제작’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다만 ‘시청’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할 여지가 충분했습니다.
이 판단을 내린 뒤, 전략은 세 단계로 진행되었습니다.
1) 수임 직후, 피해자 가족에게 법리적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저는 의뢰인을 배웅하자마자 지체 없이 학생의 가족에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피해자 측에서 언제 고소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연락 과정에서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두 가지를 전달했습니다.
법리적으로 아청물 ‘제작’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만약 고소가 진행될 경우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다툴 계획이라는 점.
이 전달은 단순한 방어가 아니었습니다.
피해자 가족이 “고소를 하더라도 제작 혐의는 인정받기 어렵다”는 법리적 현실을 인지하게 되면, 합의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집니다.
고소가 만능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오히려 합의를 통한 실질적 피해 회복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2) ‘시청’은 인정, ‘제작’은 도의적 책임 — 합의서를 분리 설계했습니다.
피해자 가족의 요구는 명확했습니다. 적어도 ‘시청’ 혐의에 대해서는 가해자가 혐의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반성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충분히 수긍이 되는 요청이었습니다.
이에 합의서의 혐의 인정 부분을 다음과 같이 설계했습니다.
- 시청: 혐의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반성한다
- 제작: 혐의는 인정하지 않으나,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
이렇게 혐의를 나누면 양측 모두 납득할 수 있는 합의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피해자 가족은 가해자의 구체적인 반성을 확인할 수 있고, 가해자는 법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 혐의까지 억울하게 떠안는 부담에서 벗어납니다.
합의금 역시 이 구조 위에서 결정되었습니다. 혐의의 범위가 정해지니, 합의금의 적정 수준을 논의할 수 있는 기반이 비로소 마련된 것입니다.
3)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함께 전달했습니다.
합의서의 구조와 합의금의 액수가 아무리 정교해도, 피해자 가족의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합의는 성사되지 않습니다.
의뢰인은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이 살아온 삶을 깊이 돌아보았고, 다시는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부끄러운 삶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저는 이 반성이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임을 학생의 가족에게 전달했습니다. 말 한마디를 고르는 데에도 신중을 기했습니다.
내 자녀가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 앞에서 부모가 느꼈을 충격과 분노를 충분히 헤아리면서, 그럼에도 가해자가 진심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고소 전 합의 완료
그렇게 피해자 가족과의 고소전합의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최종 합의서에는 합의금 액수와 지급 방법, 시청 혐의에 대한 인정 및 반성, 제작 혐의에 대한 도의적 책임, 처벌불원 의사, 비밀유지 조항이 빠짐없이 담겼습니다.

의뢰인은 형사고소 없이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피해자인 학생과 가족 역시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받고, 길고 고통스러운 형사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합의금보다 중요한 것
지금 고소 전 합의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계신 분들에게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합의금의 액수에만 매달리지 마십시오.
물론 합의금은 중요합니다.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피해 회복의 수단이니까요.
하지만 합의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금액의 크기가 아니라, 피해자 측이 “이 사람이 정말로 반성하고 있구나”라고 느끼는 순간입니다.
그 순간이 오지 않으면, 아무리 큰 금액을 제시해도 합의는 성사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타이밍입니다. 이미 고소가 접수되면 고소 전 합의가 가지는 이점을 더 이상 누릴 수 없습니다. 혼자 고민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가해자 측 사건을 수임하면 의뢰인을 배웅하자마자 지체 없이 피해자 측에 연락을 취합니다. 피해자 측에서 언제 고소를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지금 비슷한 상황에 놓여 계시다면, 고민의 시간을 줄이시길 권합니다.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선택지는 줄어듭니다.
피해자인 학생과 가족도 다시 안정적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이만 글 마치겠습니다. 강창효였습니다.
고소전합의, 자주 묻는 질문
Q1. 아청법 사건에서 고소 전 합의를 하면 형사처벌을 완전히 피할 수 있나요?
A. 고소 전에 합의가 이루어지고 피해자 측이 고소를 하지 않으면, 형사절차 자체가 시작되지 않으므로 수사나 재판 없이 사건이 마무리됩니다. 다만 고소 없이도 수사기관이 인지하여 수사를 개시할 가능성은 이론적으로 존재합니다.
Q2. 아청법 사건의 합의금은 보통 얼마 정도인가요?
A. 고소전합의 사건의 합의금은 정해진 기준이 없습니다. 혐의의 경중(제작인지 시청인지), 피해자 측의 감정과 요구 수준, 가해자의 경제적 상황 등을 종합하여 개별 사건마다 달라집니다. 변호사와 상담하여 구체적인 사안에 맞는 적정 금액을 검토하시길 권합니다.
Q3. 합의서에 혐의를 부분적으로만 인정해도 효력이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이 사건처럼 일부 혐의는 인정하고 일부는 인정하지 않되 도의적 책임을 표명하는 방식으로 합의서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양측이 합의 내용에 납득하고, 처벌불원 의사가 합의서에 명확히 기재되는 것입니다.
Q4.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합의 절차가 달라지나요?
A. 피해자가 미성년자이면 법정대리인(보통 부모)이 합의의 당사자가 됩니다. 부모의 감정적 반응이 성인 피해자와는 다를 수 있으므로, 접근 방식에 있어 각별한 주의와 진정성이 필요합니다.
Q5. 가해자가 직접 피해자 측에 연락해서 합의를 시도해도 되나요?
A. 권하지 않습니다. 가해자가 직접 연락하면 피해자 측에 심리적 압박을 줄 수 있고, 경우에 따라 2차 가해로 비칠 위험도 있습니다. 반드시 변호사를 통해 연락하시길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