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전담 재판부 판사 역임, 강창효 변호사입니다.
전날 새벽에 있었던 일로 “성범죄로 고소하겠다”는 연락을 받은 의뢰인이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불과 몇 시간 전의 일이었기에 의뢰인의 기억은 생생했고, 동시에 혼란스러워하고 계셨습니다.
자신이 정말 죄를 지은 것인지, 고소가 실제로 접수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 머릿속에 수많은 질문이 뒤엉켜 있는 상태였습니다.
저는 의뢰인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난 뒤, 하나의 질문부터 던졌습니다.
“혐의를 인정하실 겁니까, 부인하실 겁니까.”
고소전합의에서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은 합의금도, 사과 방식도 아닙니다.
이 판단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고, 이 판단을 잘못 내리면 그 뒤의 모든 전략이 무너집니다.
한 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눈 끝에, 의뢰인은 혐의를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합의를 시도하기로 결정하셨습니다.
이미 피해자에게 죄송한 마음을 갖고 계셨던 분이기에, 제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의뢰인이 사무실을 나서자마자, 저는 곧바로 피해자 측에 연락을 취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안에 합의가 성사되었습니다.
고소전합의, 준강간 혐의에서는 왜 더 급박한가?
이 사건의 혐의는 준강간이었습니다. 비슷한 사건에 연루되어 고소 전 합의 방법을 검색하고 계신 분이라면, 이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부터 아셔야 합니다.
준강간은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면 성립합니다(형법 제299조).
쉽게 말해, 술에 만취하거나 잠들어 있는 등 저항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사람을 상대로 성관계를 한 경우입니다.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강간과 동일한 형량입니다.
판사가 최대한 형량을 낮추어 주더라도 1년 6개월이 하한선입니다.
이처럼 무거운 죄이기에, 고소가 접수된 뒤의 합의와 고소 전 합의의 차이는 더욱 극명해집니다.
고소가 접수되면 피의자로 수사를 받고, 기록이 남고, 기소 여부가 검사의 손에 넘어갑니다.
준강간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뒤늦게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검사가 기소할 수 있습니다. (통상 검사가 기소해서 재판까지 진행됩니다)
반면, 고소 전에 합의가 이루어지면 수사 자체가 시작되지 않습니다. 3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무게가, 합의 하나로 원천 차단되는 것입니다.
법정형이 무거울수록 고소 전 합의의 가치는 커집니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 저는 단 하루도 지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빠르게 움직이기 전에, 먼저 답을 내려야 할 질문이 있었습니다.
혐의를 인정할 것인가, 부인할 것인가 — 합의의 첫 단추
고소전합의에서 합의금이나 사과 방식보다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혐의를 인정할지, 부인할지입니다.
이 판단이 왜 그토록 중요한지 설명드리겠습니다.
혐의를 인정하고 합의에 나서는 것과, 혐의를 부인하면서 합의에 나서는 것은 완전히 다른 전략입니다.
인정할 사건을 부인하면 합의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고, 부인해야 할 사건을 성급하게 인정하면 불필요한 형사처벌을 자초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저는 의뢰인에게 혐의를 인정하는 쪽을 가이드했습니다.
의뢰인이 설명한 당시 상황과 최근의 법원 판단 기준을 종합했을 때, 혐의를 다투기 어려운 사안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드렸고, 의뢰인도 한 시간 가까이 들으신 끝에 수긍하셨습니다.
이 첫 단추가 제대로 꿰어졌기 때문에 그 이후의 과정이 흔들림 없이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1) 수임 직후, 지체 없이 피해자 측에 연락했습니다.
피해자가 언제 고소장을 제출할지 모릅니다. 내일이 될 수도, 오늘 저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의뢰인을 배웅하자마자 곧바로 피해자 측에 연락을 취했습니다.
물론 빠르다고 해서 조급하게 연락하면 안 됩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불시에 걸려온 가해자 측 변호사의 연락이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저는 피해자가 당황하거나 놀라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스럽게 연락을 드렸습니다.
2) 첫 접촉에서는 진심 어린 사죄의 의사만 전달했습니다.
합의금 액수나 조건을 먼저 꺼내면 “돈으로 입막음하려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의뢰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점,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실질적인 피해회복을 해드리기를 원한다는 점만 전달했습니다.
저는 가해자 대리뿐 아니라 피해자 대리도 다수 수행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분들이 겪는 고통을 가까이에서 보아왔기 때문에, 어떤 말이 피해자의 마음을 열고 어떤 접근이 역효과를 내는지 알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을 기했습니다.
3) 피해자가 합의에 응하셨습니다.
합의 조건은 피해자가 수용할 수 있는 선에서 조율되었습니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공개할 수 없지만, 금전적 보상만이 아니라 의뢰인의 진정한 반성이 전달된 것이 합의 성사의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결과
의뢰인이 저를 찾아온 그날, 고소전합의가 성사되었습니다.

전날 새벽의 일이 다음 날 저녁에는 완전히 종결된 것입니다.
고소는 접수되지 않았고, 경찰 수사도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3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무게가, 하루 만에 사라졌습니다.
저는 이 사건에서 가해자를 대리했지만, 피해자분도 하루빨리 치유되고 회복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지금 고소를 예고받은 상황이라면
이 사건이 하루 만에 끝날 수 있었던 이유를 정리하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 혐의 인정 여부를 정확히 판단한 것.
이 첫 단추가 맞았기 때문에 이후 전략이 일관되게 흘러갈 수 있었습니다.
둘째, 시기를 놓치지 않은 것.
수임 직후 지체 없이 피해자 측에 연락을 취했습니다.
셋째, 피해자의 마음이 열린 것.
돈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사과가 전달되었기 때문입니다.
고소 전 합의 방법을 알아보고 계신 분이라면, 이 세 가지 중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점을 아셔야 합니다.
혐의 인정 여부는 법리적 판단이 필요하고, 피해자 접촉은 변호사를 통해야 역효과를 피할 수 있으며, 진정성의 전달 역시 경험 있는 변호사가 설계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고소를 예고한 상태에서 가장 위험한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 그리고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 둘 다 상황을 악화시킬 뿐입니다.
고소가 접수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지금이 움직여야 할 때입니다.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여기서 글 마치겠습니다. 성범죄전문변호사, 강창효였습니다.
고소전합의 관련 자주 묻는 질문
Q1. 준강간 혐의로 고소 전 합의가 가능한가요?
A. 가능합니다. 고소장이 접수되기 전이라면 피해자와 합의를 통해 사건을 종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준강간은 법정형이 3년 이상으로 매우 무겁기 때문에, 고소가 접수되기 전에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특히 중요합니다.
Q2. 혐의를 인정해야만 고소전합의를 할 수 있나요?
A.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사안에 따라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합의에 나설 수 있습니다. 다만 인정할지 부인할지의 판단은 이후 전략 전체를 좌우하므로, 변호사와 충분히 상의한 뒤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3. 고소전합의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해도 되나요?
A. 절대 권하지 않습니다. 진심 어린 사과라 해도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해자의 직접 연락이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고, 이로 인해 합의를 단념하고 곧장 고소를 결심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반드시 변호사를 통해 접촉해야 합니다.
Q4. 고소 전 합의 후에도 다시 고소당할 수 있나요?
A. 합의서에 ‘향후 민·형사상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항과 비밀유지 조항을 포함하면 재고소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합의서의 문구를 꼼꼼히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5. 고소 전 합의가 실패하면 어떻게 되나요?
A. 합의가 불발되더라도, 합의를 시도한 사실 자체가 이후 수사·재판 과정에서 반성의 정황으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다만 합의 시도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처음부터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