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전담 재판부 판사 역임, 강창효 변호사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강제추행죄로 고소 당하기 직전의 의뢰인을 대리하여, 피해자 측과 고소전합의를 성사시킨 사례를 소개하려 합니다.
※ 비밀유지를 위해 구체적인 사실관계나 합의 조건은 공개할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사건을 소개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합의만 하면 끝나는 거 아닌가요?”라고 묻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합의를 했는데도 다시 고소를 당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집니다.
합의서를 어떻게 작성하느냐에 따라 사건이 완전히 끝날 수도 있고, 합의금만 날리고 재판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합의의 성사 과정뿐 아니라, 합의 이후에도 사건이 되살아나지 않도록 합의서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고소전합의, 했는데 다시 고소당할 수 있을까?
강제추행죄는 형법 제298조에 규정된 범죄로,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한 경우 성립합니다.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여기에 더해 성범죄로 유죄가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 취업제한, 수강명령 등 형사처벌 외의 보안처분까지 뒤따릅니다. 전과 기록은 취업, 해외여행, 비자 발급 등 일상 곳곳에 그림자를 드리우게 됩니다.
이처럼 무거운 결과가 뒤따르는 만큼, 많은 분들이 고소가 이루어지기 전에 합의로 사건을 마무리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합의를 했다고 해서 고소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합의서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문구만 넣어두면 안심해도 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처벌불원 의사는 피해자가 언제든 철회할 수 있고, 합의 범위가 모호하게 작성되어 있으면 “이 행위는 합의 대상이 아니었다”며 별도로 고소하는 일도 생깁니다.
고소 전 합의 방법을 알아보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간과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합의서에 서명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보다, 합의서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느냐가 사건의 종결 여부를 결정짓습니다.
이 사건에서 저는 바로 그 지점, 합의 이후에 사건이 되살아날 여지를 남기지 않는 합의서를 설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재고소를 원천 차단하는 합의서의 설계
의뢰인을 만나자마자 두 가지를 먼저 당부했습니다.
첫째, 피해자에게 절대로 직접 연락하지 마시라는 것.
둘째, 합의 과정 전체를 저에게 일임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가해자가 아무리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어도, 피해자 입장에서 가해자에게 걸려온 전화는 사과가 아니라 압박으로 느껴집니다.
실제로 가해자가 성급하게 직접 연락을 시도했다가, 피해자가 곧장 고소를 결심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고소전합의에서 접촉 창구를 변호사로 단일화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피해자 측에 처음 연락할 때는 금액이나 조건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의뢰인이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실질적인 피해회복을 해드리기를 원한다”는 뜻만 조심스럽게 전달했습니다.
아무리 큰 합의금을 제시해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으면 피해자는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금전 보상이 아니라, 사과와 재발 방지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입니다.
저희 사무실은 가해자 대리뿐 아니라 피해자 대리도 다수 수행합니다.
피해자분들이 겪는 고통을 알기에, 가해자를 대리할 때도 피해자가 어떤 말에 마음을 여는지, 어떤 접근이 역효과를 내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피해자에게 연락할 때도 당황하거나 놀라지 않도록 최대한 신중하게, 말 한마디 한마디를 골라가며 진심 어린 사죄의 의사를 전달합니다.
피해자와의 소통이 궤도에 오른 후에는 합의서의 설계에 집중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특히 신경 쓴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합의 대상 사건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했습니다.
“어떤 날, 어떤 장소에서 발생한 어떤 행위”에 대한 합의인지를 빈틈없이 명시했습니다.
범위가 모호하면 나중에 “이 부분은 합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주장이 나올 여지가 생깁니다. 사건의 외연을 명확하게 그어두는 것이 재고소를 막는 첫 번째 방어선입니다.
2) 처벌불원 의사를 넘어, 향후 고소권 행사에 대한 조항을 추가했습니다.
단순히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문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처벌불원 의사는 피해자가 언제든 번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합의서에는 이 사건과 관련하여 향후 형사고소, 민사소송, 기타 법적 절차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조항을 포함시켰습니다.
이렇게 해두면, 설사 피해자가 마음이 바뀌더라도 합의서의 존재 자체가 강력한 방어 근거가 됩니다.
3) 비밀유지 조항과 위반 시 제재 조항을 넣었습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합의 사실이나 금액이 외부에 알려지면,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2차 피해가 발생합니다.
합의 내용을 제3자에게 공개하지 않겠다는 조항과, 이를 위반할 경우의 제재 조항을 함께 넣었습니다. 비밀유지 조항은 단순한 예의가 아니라, 합의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안전장치입니다.
4) 혐의 인정 범위를 신중하게 설계했습니다.
합의서에 혐의를 전부 인정하는 문구가 들어가면, 만약 합의가 깨졌을 때 그 합의서 자체가 유죄의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 피해자가 합의에 응하지 않습니다. 사안에 따라 인정 범위를 유연하게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 부분은 변호사의 판단이 특히 필요한 영역입니다.
합의 성사, 고소 없이 사건 종결
피해자 측과 합의가 원만하게 성사되었습니다. 피해자는 고소를 진행하지 않았고, 고소전합의 덕분에 의뢰인은 피의자 신분이 되는 일 없이 사건을 완전히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합의서에 사건 범위 특정, 처벌불원 의사, 향후 법적 절차 포기 조항, 비밀유지 조항을 빠짐없이 담았기에, 합의 이후 사건이 되살아날 여지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합의서 한 줄이 1년의 재판을 막습니다
고소 전 합의 방법을 찾아보시는 분들께 한 가지만 당부드리겠습니다.
합의서는 단순히 돈을 주고받는 영수증이 아닙니다. 사건을 완전히 종결짓는 법률 문서입니다.
합의서 안에 어떤 조항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사건이 깨끗하게 끝날 수도, 합의금만 날리고 재판정에 서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성범죄 사건에서의 합의는 일반적인 민사 합의와는 결이 다릅니다. 피해자의 심리, 형사절차의 특수성, 보안처분까지 고려한 설계가 필요합니다.
혼자서 합의를 시도하시기보다는, 경험 있는 성범죄전문변호사와 함께 합의의 시기와 방법, 합의서의 내용을 면밀히 설계하시길 권합니다.
고소전합의 관련 자주 묻는 질문
Q1. 강제추행 사건에서 고소전합의가 가능한가요?
A. 네, 가능합니다. 고소장이 접수되기 전이라면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가해자가 직접 연락하면 역효과가 나므로, 반드시 변호사를 통해 진행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Q2. 합의했는데도 다시 고소당할 수 있나요?
A. 합의서의 내용에 따라 다릅니다. 단순히 처벌불원 의사만 기재한 경우 피해자가 이를 철회하고 고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합의서에 향후 법적 절차 포기 조항 등을 포함시키면 재고소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Q3. 해바라기센터에 다녀왔는데도 고소전합의가 가능한가요?
A. 성인 피해자의 경우, 본인이 수사를 원한다는 의사를 밝혀야 경찰에 연계되므로 해바라기센터 방문만으로 고소전합의가 불가능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아동·청소년 피해자는 법적 신고의무로 인해 경찰에 자동 통보되므로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4. 합의서에 공증을 받아야 효력이 있나요?
A. 공증이 없어도 합의서의 법적 효력은 인정됩니다. 실무상으로도 공증까지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다만 당사자 서명·날인은 반드시 받아야 하며, 합의 조항의 내용이 충실한 것이 공증 여부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Q5. 합의금은 분납이 가능한가요?
A. 가능합니다. 합의서에 분납 일정과 금액을 명시하고, 불이행 시의 제재 조항을 함께 넣어두면 됩니다. 다만 피해자가 일시불을 원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협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