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전담 재판부 판사 역임, 강창효 변호사입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사건은 카촬죄합의금으로 2,500만 원을 지급하고도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입니다.
의뢰인에게는 유사강간죄로 받은 집행유예 전과가 있었고, 그 유예기간이 끝나기 전에 카메라등이용촬영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랜덤채팅 어플 ‘킹톡’으로 만난 미성년자 피해자와 차량 뒷좌석에서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던 중, 피해자의 동의 없이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촬영한 것입니다.
피해자가 “찍지 마”라고 했지만 의뢰인은 잠시 내려놓았다가 다시 촬영을 이어갔습니다.
1심에서는 다른 변호인이 사건을 맡았고, 피해자와 2,500만 원에 합의까지 마친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결과는 징역 6개월 실형, 법정구속이었습니다. 이대로 형이 확정되면 기존 집행유예(징역 2년)까지 실효되어 합산 2년 6개월을 복역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습니다.

이후 구치소에 수감된 의뢰인의 가족들이 저를 찾아왔고, 저는 항소심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이 사건을 수임했습니다.
결과는 원심파기, 벌금 2,000만원.
합의금을 충분히 지급했는데도 왜 1심에서 실형이 나왔는지, 그리고 항소심에서는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이 글에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려 합니다.
유사한 상황에 처해 해결책을 찾고 계셨던 분이라면, 도움 얻어가시길 바랍니다.
카촬죄 성립조건과 법정형은?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카메라나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할 경우 성립합니다.
법정형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
카촬죄, 합의만 하면 선처받을 수 있을까? 합의금은 얼마가 필요할까?
카촬죄 합의를 하면 통상 처벌이 줄어드는 것은 맞습니다. 합의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양형에서 유리한 정상으로 작용하고, 특히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재판부도 이를 무겁게 받아들입니다.
그렇다면 합의금은 얼마가 적정할까요.
사건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카촬 사건에서의 합의금은 촬영물의 성격, 유포 여부, 피해자의 연령, 범행 경위 등에 따라 300만 원에서 5,000만 원까지 폭넓게 형성됩니다. (이 범위를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통상적인 범위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의뢰인은 1심에서 2,500만 원을 합의금으로 지급했습니다.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피해자측도 합의서에 서명했고, 처벌불원 의사까지 밝힌 상태였습니다.
그런데도 실형이 나왔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의뢰인의 전과에 있었습니다. 의뢰인은 유사강간죄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고, 그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에 다시 성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양형기준상 동종 전과는 ‘특별가중인자’로 분류되고, 특히 집행유예 기간 중의 재범은 법의 관용을 저버린 것으로 평가되어 재판부의 판단이 엄격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구조적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실형이 확정되는 순간, 기존 집행유예까지 실효됩니다. 실효란 유예되어 있던 원래의 형(징역 2년)이 되살아난다는 뜻입니다.
본 사건 1심의 선고 형량 징역 6개월에 원래의 징역 2년이 합산되어, 총 2년 6개월을 복역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동종 전과가 있거나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한 경우 등 죄책이 무거우면 합의금을 지급했다는 사실만으로 실형을 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합의는 양형의 출발점일 뿐이고, 재판부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하려면 그 이상의 설득이 필요합니다.
2,500만 원 합의에도 실형, 항소심에서 뒤집은 전략
의뢰인이 혐의를 전부 인정하고 있는 사건이었으므로, 항소심의 승부처는 오직 양형변론이었습니다.
1심에서 2,500만 원에 합의하고 처벌불원 의사까지 받았음에도 실형이 선고된 이상, 같은 카드를 다시 내밀어봐야 결과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저는 카촬죄 합의 사건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벌금형을 선택해도 충분하다”고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양형자료를 새롭게 쌓아올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1) 추가 합의금 지급과 피해자측의 재차 선처 탄원
항소심에서 의뢰인은 추가로 800만 원을 피해자측에 지급하였습니다. 1심 합의금 2,500만 원과 합하면 총 3,300만 원입니다.
금액 자체도 중요했지만, 제가 더 공을 들인 것은 피해자측의 태도를 다시 한번 확인받는 것이었습니다.
의뢰인이 구치소에서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피해자측 변호사에게 전달하였고, 피해자의 어머니는 이를 받아들여 항소심 법원에 재차 선처 탄원서를 제출해주셨습니다.

탄원서에는 “피고인이 장기간 복역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1심에서 한 번, 항소심에서 또 한 번, 피해자측이 두 차례에 걸쳐 선처를 탄원했다는 사실은 단순히 합의금을 주고받은 것을 넘어 진정한 용서의 의사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2) 재범 위험성이 낮다는 객관적 근거 확보
동종 전과에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까지 저지른 의뢰인에 대해, 재판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번에도 풀어주면 또 저지르지 않겠느냐”는 점입니다.
이 우려를 해소하지 못하면 합의가 되어 있더라도 실형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반성문이나 구두 다짐만으로는 부족하고, 객관적인 자료가 필요합니다.
의뢰인은 1심 이전에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이수하고, 심리상담센터에서 MMPI-2와 TCI 심리검사를 받아 “왜곡된 성인식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임”이라는 소견서를 확보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1심에서는 이것만으로 부족했습니다.
항소심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갔습니다. 의뢰인은 수감 중에도 범죄심리상담센터에서 약 한 달간 전문 심리상담을 추가로 이수하였고, 이 과정에서 한국판 성폭력범죄자 재범위험성평가 총점 6점, ‘매우 낮음’이라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반성합니다”라는 말이 아니라, 전문가의 평가와 구체적 수치로 재범 위험성이 낮다는 점을 입증한 것입니다.
그것도 수감 중에 자발적으로 이러한 노력을 이어갔다는 사실 자체가, 재판부에게 의뢰인의 반성이 형식적이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을 겁니다.
3) 촬영물의 즉시 삭제 및 유포 부존재
카촬 사건에서 합의금의 규모 못지않게 양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촬영물의 향방입니다. 촬영에 그쳤느냐, 유포까지 했느냐에 따라 형량 차이가 큽니다.
의뢰인은 피해자가 “찍지 마”라고 한 직후 촬영을 중단하였고, 당일 바로 촬영물을 삭제하였습니다. 동영상은 3~5초 분량에 불과했고, 밤 11시경 어두운 차량 내에서 조명 없이 촬영되어 영상만으로는 피해자를 식별하기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촬영물은 어디에도 유포되지 않았고, 유포할 의사 자체가 없었습니다.
이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하여, 이 사건이 카촬 범죄 중에서도 피해 확산의 위험이 없었던 사안임을 재판부에 전달하였습니다.
4) 가족 전원의 자필 탄원과 관리계획서
의뢰인의 부친, 모친, 누나, 매형이 각각 자필 탄원서를 작성하여 법원에 제출하였습니다.
특히 부친의 탄원서에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었다”는 솔직한 심경이 담겨 있었습니다.
아들의 범행을 감싸려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똑바로 인식하고 있다는 태도가 오히려 탄원의 진정성을 높였습니다. 이어서 “제가 할 수 있는 한 이 아이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바로잡겠습니다”라는 구체적 다짐을 밝혔습니다.
탄원서에 더해 가족들이 함께 작성한 가족 보호·관리 계획서도 제출하였습니다. 의뢰인이 사회로 복귀한 뒤 어떻게 관리하겠다는 계획까지 제시한 것입니다. 재판부 입장에서는 피고인의 사회적 유대관계가 공고하고, 재범을 억제할 현실적인 지지 체계가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였습니다.
5) 집행유예 실효 시 가혹한 결과에 대한 정면 논증
마지막으로, 저는 1심의 형량이 의뢰인에게 가져올 현실적 결과를 재판부에 정면으로 짚었습니다.
원심이 그대로 확정되면 이번 징역 6개월에 기존 집행유예 징역 2년이 합산되어 총 2년 6개월을 복역해야 합니다. 의뢰인은 30대 초반의 직장인이었습니다.
피해자측이 두 차례에 걸쳐 선처를 탄원하고 있고, 전문가 평가에서 재범 위험성이 ‘매우 낮음’으로 판정되었으며, 가족들이 관리계획까지 세운 이 상황에서, 2년 6개월이라는 결과가 과연 형벌의 목적에 부합하는지를 재판부에 물었습니다.
결과 — 원심 파기, 벌금 2,000만 원
항소심 재판부는 이러한 양형변론을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카촬죄 합의 사건에서 1심의 징역 6개월이 벌금 2,000만 원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실형이 벌금형으로 바뀜에 따라 기존 집행유예도 실효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항소심 판결문에는 다음과 같은 양형사유가 기재되었습니다.
- 의뢰인이 범행을 시인하고 수감생활을 통해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 원심에서 합의한 데 더해 항소심에서 추가로 합의금을 지급한 점
- 피해자측이 재차 선처 의사를 표시한 점
- 촬영물이 유포되지 않은 점
- 가족들의 사회적 유대관계가 분명한 점
- 그리고 징역형 확정 시 기존 집행유예가 실효되어 가혹한 결과가 초래되는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었습니다.
아울러 신상정보 공개명령 및 고지명령도 면제되었습니다.
카촬죄, 합의가 선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합의금은 양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합의금만으로 원하는 결과가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2,50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합의금을 지급하고도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었던 이 사건이 그 증거입니다.
결과를 가른 것은 합의 그 자체가 아니라, 합의 위에 얼마나 구체적이고 촘촘한 양형자료를 쌓아올렸느냐였습니다.
- 피해자측의 재차 탄원
- 전문가의 재범위험성 평가
- 가족의 관리계획
- 촬영물 삭제와 유포 부존재에 대한 입증까지
재판부가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는 근거를 하나하나 만들어 나간 과정이 있었기에 원심이 파기될 수 있었습니다.
카촬죄 합의를 마쳤거나 합의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면, 합의금의 액수에만 매달리지 마시고 양형변론 전체를 설계할 수 있는 성범죄전문변호사를 찾으시길 권합니다. 합의는 시작이지 끝이 아닙니다.
카촬죄 합의 관련 자주 묻는 질문
Q1.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법정형은 어떻게 되나요?
A.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
Q2. 카촬죄합의금은 보통 얼마 정도인가요?
A. 사건마다 다르지만, 촬영물의 성격, 유포 여부, 피해자의 연령, 범행 경위 등에 따라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폭넓게 형성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1심에서 2,500만 원, 항소심에서 추가 800만 원을 합쳐 총 3,300만 원이 지급되었습니다.
Q3. 합의하면 실형을 면할 수 있나요?
A. 합의는 양형에서 매우 유리한 요소이지만, 반드시 실형을 면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특히 동종 전과가 있거나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인 경우에는 합의가 이루어져 있더라도 실형이 선고될 수 있으며, 이 사건이 바로 그러한 사례였습니다.
Q4. 1심에서 실형을 받았는데 항소심에서 벌금형으로 바뀔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항소심에서 추가 합의, 피해자 선처 탄원, 재범방지 노력 등 새로운 양형자료를 체계적으로 제시하면 형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다만 항소심은 사실상 마지막 기회이므로, 1심과 다른 차원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Q5.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이면 기존 집행유예는 어떻게 되나요?
A. 집행유예 기간 중 범한 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실형이 확정되면, 기존 집행유예가 실효됩니다. 유예되어 있던 원래의 형이 되살아나 이번 형과 합산하여 복역해야 하므로, 형기가 크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