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전담 재판부 판사 역임, 강창효 변호사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선임 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초스피드로 강제추행불송치 결정을 이끌어낸 사례에 대해 적어보고자 합니다.
의뢰인은 술자리에서 우연히 합석하게 된 여성이 만취하여 몸을 가누지 못하자 부축해 주었고, 이 선의의 행동으로 인해 강제추행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을 붙잡아준 것이 범죄가 된다니, 의뢰인의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는 CCTV라는 강력한 증인이 있었습니다.
영상 속 진실은 피해자의 진술과 사뭇 달랐고, 저는 이 영상이 말해주는 이야기를 수사기관에 빈틈없이 전달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경찰은 더 이상의 보강 수사 없이 곧바로 혐의없음 결정을 내렸습니다.
강제추행불송치, 어떤 경우에 가능할까? ─ 형량과 성립조건
강제추행죄는 형법 제298조에 규정된 범죄로,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사람을 추행했을 때 성립합니다.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물리적인 힘의 행사(폭행)가 있어야 하고,
둘째, 그 행위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의도, 즉 추행의 고의를 가지고 이루어져야 합니다.
단순히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강제추행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접촉의 목적과 맥락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 구분이 쉽지 않습니다.
만취한 사람을 부축하다가 신체가 닿을 수밖에 없는 상황, 혼잡한 장소에서 어쩔 수 없이 접촉이 발생하는 상황 — 이런 경우에도 상대방이 “추행당했다”고 주장하면 수사가 개시되고, 피의자는 혐의를 벗기 위해 자신의 결백을 소명해야 하는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이처럼 강제추행은 혐의 자체만으로도 피의자의 일상에 심각한 타격을 줍니다. 직장, 가정, 사회적 평판 — 수사가 길어질수록 이 모든 것이 흔들립니다.
하여 저는 단순히 “혐의를 벗기는 것”을 넘어, 수사기관이 추가 조사 없이 신속하게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CCTV가 뒤집은 진실 — 변호 전략의 핵심
성범죄 수사가 장기화되면, 의뢰인은 최종 처분 결과와 무관하게 이미 상당한 손실을 입게 됩니다. 저는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강제추행불송치 사건에서 목표를 분명히 했습니다.
수사기관이 변호인의견서 하나만으로 “더 이상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을 만큼, 모든 쟁점을 선제적으로 정리하여 제출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저는 다음과 같은 포인트를 집중적으로 변론했습니다.
1) 이동 구간 CCTV — 부축의 맥락이 선명하게 드러나다
술집을 나와 코인노래방까지 이동하는 구간의 CCTV 영상에는 피해자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피해자가 차도 방향으로 넘어지려 하자 의뢰인과 일행이 급히 잡아주는 장면까지 확인되었습니다.
다만 해당 CCTV는 배속으로 촬영된 영상이었습니다. 배속 영상을 그대로 보면 마치 의뢰인이 피해자를 억지로 끌고 가는 것처럼 보일 여지가 있었는데, 이를 정상 속도(1배속)로 느리게 재생하면 의뢰인 일행이 피해자를 부축하는 것이지 끌고 가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점을 의견서에서 명시적으로 지적하여 수사관이 영상을 정확한 방식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했습니다.

2) 노래방 입구 CCTV — “가슴을 만졌다”는 진술이 성립하지 않는 이유
코인노래방 입구와 복도를 촬영한 CCTV가 또 하나의 결정적 증거였습니다.
피해자는 의뢰인이 자신의 가슴을 만지고 껴안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의뢰인은 왼손에 피해자의 올리브영 쇼핑백을 들고 있었습니다.
한 손에 짐을 든 상태에서 뒤에서 껴안거나 양손으로 가슴을 만지는 행위는 물리적으로 부자연스럽습니다.
더구나 피해자의 주장대로 가슴을 만졌다면, CCTV 영상에서 피해자의 겨드랑이와 팔 사이로 의뢰인의 손이 보여야 합니다. 하지만 영상 어디에서도 그런 장면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의뢰인이 잡은 부위는 가슴이 아닌 팔 — 삼두근과 팔꿈치 쪽이었고, 이는 비틀거리는 사람이 넘어지지 않도록 지탱해주는 가장 자연스러운 부위이기도 합니다.
복도에는 소주병이 진열되어 있어 만취 상태의 피해자가 부딪힐 위험이 있었고, 의뢰인은 이를 피하기 위해 피해자를 잡아준 것이었습니다.

3) 노래방 내부 CCTV — 오히려 피해자가 의뢰인의 손을 잡고 끌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노래방 내부 CCTV에서 나왔습니다.
영상에서 추행을 의심할 만한 장면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화장실에서 나온 뒤 피해자가 의뢰인의 손을 잡은 채 앞으로 끌고 가는 모습이 확인되었습니다.
피해자는 이에 대해 “의뢰인의 손을 뿌리치기 위해 일부러 앞서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보이나, 해당 영상을 직접 확인하면 누가 보더라도 피해자가 의뢰인의 손을 잡아끌고 가는 모습입니다. 방금 추행을 당한 사람이 가해자의 손을 잡고 걸어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4) 사건 직후 피해자의 반응 — 추행 피해자의 행동과 거리가 멀다
만약 코인노래방 입구에서 강제추행을 당했다면, 피해자는 즉시 항의하거나 그 자리를 벗어나려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피해자는 의뢰인의 안내를 받아 화장실에 들어갔고, 의뢰인이 “괜찮나”고 묻자 “금방 나간다”고 대답하며 정상적으로 소통했습니다.
이후 피해자는 의뢰인과 함께 건물 1층으로 내려왔고, 의뢰인이 택시를 잡아주려는 과정에서도 어떠한 항의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 자신의 휴대폰으로 먼저 잡힌 택시를 자연스럽게 타고 귀가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는 성추행 피해 직후의 반응으로 보기에 썩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5) 신고 경위의 의심스러운 점
피해자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날로부터 상당한 시일이 지난 후에야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통상적으로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면 가능한 한 빨리 신고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이 사건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저는 의견서에서 이 지연된 신고의 배경에 주목했습니다. 피해자에게는 남자친구가 있었고, 남자친구가 피해자가 다른 남성들과 술을 마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추궁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술을 억지로 먹게 되었다, 끌려갔다”며 상황을 둘러대기 위해 신고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지적했습니다.

6) 호의적 관계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
의뢰인은 술자리에서 피해자의 술값을 포함한 전체 금액을 호의로 결제해 주었고, 이는 계좌이체 내역으로 확인됩니다. 또한 노래방 방문 당시 의뢰인의 친구가 노래방 밖에서 대기하며 의뢰인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는데, 친구가 바로 곁에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추행을 저지를 이유도, 기회도 없었습니다.
이처럼 저는 개별 증거를 따로따로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 모든 정황이 하나의 일관된 결론을 가리키고 있음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변호인의견서에 담았습니다.
“의뢰인은 만취한 피해자를 선의로 부축했을 뿐이고, 추행의 고의도 행위도 없었다”
추후 불송치 결정문을 보니, 사실상 변호인 의견서를 요약해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사관님이 저의 변론에 큰 설득력을 느끼신 것 같았습니다.

결과 — 초스피드 불송치(혐의없음)
경찰은 변호인의견서 제출 후 추가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고, 선임 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강제추행불송치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불송치결정서에는 다음과 같은 판단이 담겼습니다.
CCTV 영상에서 피해자가 술에 만취하여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모습이 확인되는 점, 의뢰인이 만진 부위가 가슴이 아닌 팔(삼두근) 부분인 점, 의뢰인이 왼손에 쇼핑백을 들고 있어 가슴을 만졌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피의자의 범죄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혐의없음으로 불송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의뢰인은 단 한 번의 추가 조사도 받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억울한 강제추행 혐의 재빨리 벗는 방법
이 사건이 초스피드로 종결될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아서가 아닙니다. CCTV라는 객관적 증거가 존재했고, 그 증거가 말해주는 이야기를 수사기관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하여 전달했기 때문입니다.
강제추행 혐의는 피해자의 진술 하나로 수사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수사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피의자의 시간은 멈춥니다.
직장에 알려질까 봐, 가족이 알게 될까 봐, 매일이 불안의 연속이 됩니다. 처분 결과가 혐의없음으로 나오더라도, 그 사이에 잃어버린 시간과 평온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단순히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 뿐만 아니라, 사건을 조기에 매듭지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추가 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없을 만큼, 첫 의견서에서 모든 쟁점을 선제적으로 정리하여 제출하는 것. 그것이 의뢰인의 일상을 가장 빨리 되찾아드리는 길입니다.
지금 강제추행 혐의로 수사를 받고 계신다면, 혼자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황은 불리해집니다. 가능한 한 빨리 움직이시길 권해드립니다.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여기서 글 마치겠습니다. 성범죄전문변호사, 강창효였습니다.
강제추행불송치 관련 자주 묻는 질문
Q1. 강제추행 불송치란 무엇인가요?
A. 불송치란 경찰이 수사 결과 피의자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는 결정입니다. 강제추행불송치 결정이 나면 피의자는 기소되지 않고 사건이 종결됩니다.
Q2. 강제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데, CCTV가 없으면 불송치가 불가능한가요?
A. CCTV가 없더라도 불송치가 가능합니다. 목격자 진술, 피해자 진술의 모순점, 사건 전후 정황 등 다양한 증거를 통해 혐의를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CCTV와 같은 객관적 영상 증거가 있으면 변론이 훨씬 수월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Q3. 경찰 조사 전에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좋은가요?
A. 가능하다면 첫 경찰 조사 전에 선임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첫 조사에서의 진술이 이후 수사 방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변호인이 미리 기록을 검토하고 조사에 입회하면, 불리한 진술을 예방하고 사건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Q4. 불송치 결정 후 피해자가 이의신청을 하면 어떻게 되나요?
A. 피해자는 불송치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이 경우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어 검사가 다시 판단합니다. 하지만 경찰 수사 단계에서 혐의없음의 근거가 충분히 확보되어 있다면, 검찰에서도 같은 결론에 이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Q5. 만취한 사람을 부축하다가 강제추행으로 신고당할 수 있나요?
A. 안타깝게도 가능합니다. 상대방이 접촉을 추행으로 느꼈다고 주장하면 수사가 개시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증거(CCTV, 목격자 등)가 매우 중요하며, 초기 대응이 사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