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전담 재판부 판사 역임, 강창효 변호사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미성년자와의 조건만남 이후 강제추행고소를 당한 의뢰인이, 성매수 유인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강제추행 혐의만큼은 끝까지 부인하여 결국 경찰 단계에서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을 받아낸 사례를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의뢰인은 메신저를 통해 알게 된 상대방과 만났고, 상대방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성매매를 전제로 자신의 주거지로 함께 이동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뢰인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상대방이 엘리베이터와 주거지 안에서 의뢰인에게 강제로 추행당했다고 신고한 것입니다.
만약 이 혐의까지 인정되면 사건의 무게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아청법상 강제추행은 성매수 유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죄이기 때문입니다.
의뢰인의 입장은 단호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머리를 쓰다듬은 것은 위로 차원이었을 뿐이고, 주거지 안에서는 아무것도 한 적이 없다.”
그리고 이 말을 뒷받침하는 녹음 파일이 있었습니다.
강제추행고소를 당했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아청법)상 강제추행은 아동·청소년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으로 추행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법정형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여기에 더해 성범죄 전과자로서 신상정보 등록, 취업제한, 수강명령 등 각종 보안처분이 뒤따릅니다. 단순히 형량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생활 전반에 족쇄가 채워지는 셈입니다.
특히 미성년자 조건만남 상황에서 강제추행까지 함께 문제 되면, 사건의 리스크는 질적으로 달라집니다.
성매수 유인만 놓고 보면 벌금형으로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지만, 강제추행이 붙는 순간 실형의 문이 열리고 합의금 규모도 급격히 올라갑니다.
실제 상담을 해보면, 미성년자 측에서 “강제추행이 들어가면 처벌이 훨씬 세다”는 것을 알고 현장에서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처럼 두 혐의가 함께 걸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정할 것과 다퉈야 할 것을 정확히 구분하는 일입니다.
모든 혐의를 부인하면 오히려 신뢰를 잃고, 모든 혐의를 인정하면 가장 치명적인 부분까지 함께 떠안게 됩니다. 이 사건에서 저는 바로 그 경계선 위에서 변호 전략을 세웠습니다.
녹취록과 CCTV, 두 개의 열쇠 — 강제추행고소 사건의 변호 전략
이 사건의 강제추행 혐의는 크게 두 장소에서 발생했다고 주장되었습니다.
하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피해자의 머리와 어깨를 쓰다듬거나 만진 행위, 다른 하나는 주거지 내에서 피해자의 가슴을 만진 행위였습니다.
저는 이 두 가지를 각각 나누어 반박했습니다.
1) 주거지 내 강제추행 — 녹음 파일이 말해주는 진실
주거지 안에서의 상황은 의뢰인이 직접 녹음한 파일이 있었기에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녹음은 사건 당일 의뢰인의 자택에서 복도, 계단을 거쳐 이동하는 과정까지 약 22분간 이어진 대화였습니다.
녹취록을 분석한 결과, 결정적인 대목이 나왔습니다.
피해자는 주거지에 들어간 뒤 곧장 침대로 가서 “침대가 왜 이렇게 커요”라고 말한 직후, 본인이 미성년자라는 점을 빌미로 의뢰인에게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의뢰인이 “아무 것도 한 게 없는데 무슨 돈을 달라고 하느냐, 그냥 가라”고 하자, 피해자는 “원래 주기로 했던 15만 원을 줄 테니 관련 대화 내역 등을 지우고 가라”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는 계속해서 “100만 원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녹취록 전체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피해자가 “가슴을 만졌다”거나 “신체를 추행당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피해자는 의뢰인이 “나 아무 것도 안 했는데”라고 말하자 “시도만 해도 처벌 받는데, 한번 검색해보세요”라며 의뢰인을 심리적으로 위협하며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듯한 말까지 하더군요.

만약 실제로 가슴을 만지는 추행이 있었다면, 현장에서 돈을 요구하면서 그 사실을 언급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가슴까지 만져놓고 돈도 안 준다고?”라는 식의 항의가 나오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피해자는 22분간의 대화에서 단 한 번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더 나아가 피해자는 의뢰인의 휴대폰을 빼앗으려 했고, 이 과정에서 의뢰인을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녹음에는 의뢰인이 “건들지 마”, “아, 악! 건들지 마”라며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까지 담겨 있었습니다.
피해자가 주도적으로 상황을 이끌며 금전을 뜯어내려 했다는 정황이 녹음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던 셈입니다.
저는 이 녹음 파일과 녹취록을 증거로 제출하면서, 주거지 내 강제추행은 사실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의견서에서 명확히 했습니다.
2) 엘리베이터 내 신체 접촉 — 강제추행인가, 일상적 접촉인가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상황은 조금 달랐습니다. CCTV에 의뢰인이 피해자의 머리, 어깨, 허리 쪽에 접근하여 손으로 만지는 모습이 촬영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체 접촉 자체는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신체 접촉이 있었다고 해서 곧바로 강제추행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강제추행이 성립하려면 그 접촉이 ‘추행’에 해당해야 하고, 피의자에게 ‘추행의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저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하나씩 짚었습니다.
우선, 당시 의뢰인과 피해자는 성매매를 합의하고 의뢰인의 집으로 이동하는 중이었습니다. 이미 성매매에 합의한 상황에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상대방을 강제로 추행할 동기나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다음으로, 의뢰인은 피해자와 함께 이동하면서 피해자가 연신 “본인이 못생겼다”고 말하자 “못생기지 않았다”고 위로하는 과정에서 머리를 쓰다듬었거나,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내리는 과정에서 신체가 스쳤을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또한 접촉 부위 자체가 머리, 어깨, 허리 등으로서, 이 부위들은 일상적인 격려나 친밀감의 표시로 접촉이 이루어질 수 있는 부위입니다. 가슴이나 엉덩이 등 성적 함의가 다른 신체 부위에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
저는 의견서에서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설령 CCTV에 보이는 정도의 접촉이 있었더라도 이를 강제추행 성립의 전제가 되는 폭행 또는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의뢰인에게 강제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유사한 사안에서 무죄가 선고된 판례도 함께 제출했습니다.
해당 판결은 성매매를 목적으로 만난 상황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허벅지를 만진 행위에 대해, 피고인이 상대방의 승낙을 전제로 한 신체 접촉이라고 생각했을 뿐 강제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사안이었습니다.

1심 무죄 이후 검사가 항소했으나 고등법원에서도 항소가 기각되어 무죄가 확정된 사건이었습니다.
결과
경찰은 강제추행고소 사건의 강제추행 혐의에 대하여 “증거불충분하여 혐의 없다”는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불송치결정서에는 핵심적인 판단 근거들이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 CCTV를 확인한 결과 엘리베이터 내 접촉은 인정되지만, 피해자 스스로 당시 의뢰인의 접촉이 그다지 불쾌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점
- 피해자가 당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진술한 점, 피해자가 “조건 만남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 의뢰인이 피해자에게 어떠한 성적인 접촉을 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여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같은 상황이라면 꼭 기억하셔야 할 것
미성년자 조건만남이 문제 된 사건에서 성매수 유인과 강제추행이 함께 거론되는 순간, 사건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성매수 유인만으로도 충분히 무거운 혐의인데, 여기에 강제추행까지 더해지면 형량, 합의금, 보안처분 모든 면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습니다.
이 사건의 의미는 모든 혐의를 부정한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은 솔직히 인정하되, 반드시 걸러내야 할 부분은 증거와 논리로 정확히 분리해낸 데 있습니다.
녹취록이 말해주는 것, CCTV가 보여주는 것, 그리고 판례가 제시하는 기준 — 이 세 가지를 결합하여 가장 치명적이었던 강제추행 혐의를 수사 단계에서 불송치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지금 강제추행으로 고소를 당하여 수사를 받고 계신 상황이라면, 혐의를 무작정 부인하거나 무작정 인정하기보다는 어떤 부분을 다투고 어떤 부분을 인정할지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이 가장 먼저입니다.
그 판단을 도울 수 있는 성범죄전문변호사의 조력이 절실한 시점이기도 합니다.
강제추행고소 관련 FAQ
Q1. 아청법상 강제추행으로 고소당하면 바로 구속되나요?
A. 반드시 구속되는 것은 아닙니다. 구속 여부는 도주 우려, 증거 인멸 우려, 범죄의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됩니다. 다만 아청법 사건은 일반 강제추행보다 중하게 다뤄지므로,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합니다.
Q2. 성매수 유인과 강제추행 혐의가 동시에 걸리면 어떻게 되나요?
A. 두 혐의는 별개의 범죄로서 각각의 성립 요건을 따로 판단합니다. 성매수 유인이 인정된다고 해서 강제추행까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도 성매수 유인과 강제추행을 분리하여 대응한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Q3. 강제추행고소를 당한 뒤 불송치 결정이 나올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경찰은 수사 결과 혐의가 인정되지 않으면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불송치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Q4. 상대방이 녹음이나 CCTV 등 객관적 증거 없이 진술만으로 고소한 경우에도 유죄가 되나요?
A.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도 유죄가 선고될 수 있습니다. 다만 진술의 일관성, 구체성, 객관적 증거와의 부합 여부 등을 엄격하게 심사합니다. 반대로 피해자의 진술에 모순이 있거나 객관적 증거와 배치되는 경우에는 혐의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Q5. 경찰 조사 단계에서 변호사 선임이 필요한가요?
A. 강제추행 사건은 경찰 조사 단계에서의 진술이 이후 재판까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혐의 인정 여부를 즉각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진술조서의 내용에 따라 사건의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빠른 시점에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유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