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전담 재판부 판사 역임, 강창효 변호사입니다.
2025년 기준 1심 무죄율은 1.06%,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진 비율은 0.86% 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성범죄는 사회적 비난 수준이 높고, 이에 따라 법정형도 엄중하여 선고유예가 더욱 드문데요.

지난주 카메라등이용촬영 사건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습니다.

1심 실형 → 2심 벌금형 카촬죄 사건 2개도 이 사이트에 게시해놓았으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본 사건의 의뢰인은 퇴근길 지하철역 출구 에스컬레이터에서 앞에 서 있던 여성 2명의 치마 내부를 휴대전화로 촬영하다가, 뒤에 있던 시민에게 현장에서 발각되었습니다.
곧바로 경찰에 현행범 체포되었고, 휴대전화가 압수되어 포렌식이 진행되었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재판부는 형의 선고를 유예하였고, 공개·고지명령 면제, 이수명령과 취업제한명령까지 모두 부과하지 않았습니다.
선고유예는 판사가 내릴 수 있는 가장 관대한 판결으로써, 심지어 전과조차 남지 않습니다.
카촬죄선고유예,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할까?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카메라 등을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면 성립합니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
법정형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아울러 카메라등이용촬영죄 선고유예는 형법 제59조에 근거한 제도입니다.
법원이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형의 선고 자체를 하지 않는 것으로, 판결이 확정된 후 2년이 경과하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됩니다. 사실상 전과 기록이 남지 않게 되는 셈이죠.
그런데 선고유예에는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 때”라는 엄격한 요건이 붙습니다.
나아가 성범죄의 경우 사회적 비난 수준이 높은 만큼 재판부가 이 판단에 대단히 신중할 수밖에 없고, 실제로 성범죄 사건에서 선고유예가 선고되는 경우는 무척 드뭅니다.
이처럼 높은 벽을 넘으려면 “반성합니다”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정면으로 직시하고 재범 방지를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야 하며, 그 행동들이 재판부의 눈에 진정성 있게 비춰져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저는 바로 그 점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현행범 체포라는 불리한 조건에서의 변호 전략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시민에게 발각되어 현행범으로 붙잡힌 사건(게다가 치마 속).
더불어 의뢰인에게는 이 글에서 말씀드리지 못할 불리한 사정도 여럿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사건을 맡은 순간부터 카촬죄선고유예를 최종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재판부에 “이 사람에게는 한 번 더 기회를 줘야 한다”는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수사 단계부터 선고 직전까지 양형자료를 치밀하게 쌓아 나갔죠.
1) 재범 방지를 위한 자발적·체계적 치료
양형 변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재판부에 납득시키는 것입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의뢰인은 사건 직후부터 정신건강의학과에 꾸준히 내원하여 총 6회에 걸쳐 전문의 진료를 받았고, 약물치료도 병행했습니다.
전문 심리검사와 심리상담을 통해 자신의 내면적 문제를 직시하는 과정도 거쳤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의뢰인은 ‘성범죄 재범방지교육 및 인지개선훈련’을 자발적으로 이수하여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았습니다.

저는 이 모든 치료·교육 이력을 시간순으로 정리하여 의견서와 변론요지서에 담았습니다.
재판부가 의뢰인의 노력이 일시적 보여주기가 아니라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변화의 과정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2) 반성의 진정성을 행동으로 증명
의뢰인은 수사 단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작성하여 제출했습니다. 단순히 “죄송합니다”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이 피해자에게 어떤 고통을 주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돌아보는 내용이었습니다.
본인의 직업적인 경험을 살려, 노인복지관을 찾아 봉사활동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나아가 장기기증 희망 등록까지 마치며 신체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도 밝혔고요.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반성”이라는 단어에 실체를 부여합니다.
재판부가 개전의 정상이 현저하다고 판단하려면, 이렇게 구체적인 행동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3) 의뢰인의 특수한 사정을 빠짐없이 전달
양형 변론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피고인이 처한 개인적 사정을 재판부에 충분히, 그리고 객관적 자료와 함께 전달하는 것입니다.
의뢰인은 희귀 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었습니다. 이 희귀병 탓에, 군 복무조차 정상적으로 마치지 못하고 의병 전역한 이력이 있었는데요.
최근에는 수술까지 겪으며 신체적 고통이 가중된 상태였습니다.
경제적으로도 수천만원이 넘는 채무를 안고 있었고, 고령의 부모님 — 특히 사고로 통원치료 중인 모친 — 의 생계까지 의뢰인이 사실상 책임지고 있는 형편이었습니다.
저는 이 모든 사정을 부채증명원, 의료기록 등 객관적 증빙으로 뒷받침하여 제출했습니다.
벌금형이 선고될 경우 의뢰인의 경제적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재판부에 구체적으로 소명한 것입니다.

4) 가족과 직장동료의 탄원
의뢰인의 누나는 동생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했고, 함께 근무한 직장동료 3명 역시 의뢰인의 평소 성실하고 모범적인 모습을 증언하며 탄원했습니다.
탄원서는 양이 아니라 질입니다. 피고인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들의 구체적이고 진솔한 증언은, “이 사람은 본래 이런 범죄를 저지를 사람이 아니다”라는 판단의 근거가 됩니다.
결과
재판부는 의뢰인에게 카촬죄선고유예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아울러
- 공개·고지명령 면제
- 이수명령 미부과
- 취업제한명령 미부과까지
이끌어냈습니다.
선고유예 판결이 확정되면 2년 경과 시 면소 간주되므로, 의뢰인은 전과 기록 없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면
- 정신과 치료
- 심리상담
- 재범방지교육
- 봉사활동
- 장기기증 등록
- 반성문
- 탄원서
- 경제적 사정 증빙
이 모든 것이 하나의 맥락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었기에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었습니다.
카메라등이용촬영죄로 입건되셨다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시간입니다.
변호사 선임이 빠르면 빠를수록 준비할 수 있는 양형자료의 폭도 넓어집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께서 비슷한 상황에 놓여 계시다면, 상담을 미루지 마시길 권고드립니다.
도움이 되었기를 소망하며 여기서 글 마치겠습니다. 성범죄전문변호사, 강창효였습니다.
카촬죄선고유예 관련 자주 묻는 질문
Q1. 카촬죄선고유예를 받으면 전과 기록이 남지 않나요?
A. 선고유예 판결이 확정된 후 2년이 경과하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됩니다. 사실상 전과 기록이 남지 않게 되는 것이죠. 다만 선고유예 기간 중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유예가 실효되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Q2.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법정형은 어떻게 되나요?
A.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촬영물을 유포하거나 판매한 경우에는 더 무거운 형이 적용됩니다.
Q3.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는데도 선고유예를 받을 수 있나요?
A. 현행범 체포 자체가 선고유예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재판부는 체포 경위보다 초범 여부, 반성의 정도, 재범 방지를 위한 구체적 노력, 범행의 경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다만 불리한 정황이 있는 만큼, 그에 비례하여 더 치밀한 양형 준비가 필요합니다.
Q4. 카촬죄에서 양형자료는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나요?
A. 대표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내역, 심리상담 확인증, 재범방지교육 수료증, 봉사활동 확인서, 반성문, 가족 및 지인의 탄원서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자료들은 시간을 두고 체계적으로 쌓아야 하므로, 변호사 선임을 서두르는 것이 유리합니다.
Q5. 선고유예를 받으면 신상정보 공개·고지 대상이 되나요?
A. 선고유예의 경우, 법원이 공개·고지명령을 면제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피고인의 나이, 직업, 범행의 내용과 경위, 초범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개·고지명령을 면제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