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역임, 강창효 변호사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오래 만나 온 연인과 헤어지는 과정에서 사흘 남짓한 기간에 오간 연락이 스토킹 신고로 번져, 하루아침에 피의자 신분이 되어버린 사건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이별이 칼로 두부 자르듯 깔끔하게 끝나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뭅니다.
이 사건의 의뢰인도 그랬습니다. 다툼이 있었고, 며칠에 걸쳐 상대방에게 전화와 메시지로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죠. 본인으로서는 늘 그래왔듯 관계를 되돌려보려는 시도였는데, 상대방은 그 연락을 스토킹으로 신고했습니다.
그리고 수사기록에 남은 것은 의뢰인의 마음이 아니라 숫자였습니다. 며칠 사이 수십 회에 이르는 연락 횟수. 서류만 놓고 보면 누가 보아도 불리한 그림이었죠.
재판에 넘겨지면 형사처벌은 물론 전과까지 남게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스토킹전문변호사를 찾는 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지점도 결국 여기고요. 처벌의 무게 자체보다, 평범하게 쌓아온 일상이 전과 하나로 어그러지는 것이 더 무서운 법입니다.
스토킹전문변호사가 짚어드리는 스토킹범죄 성립요건과 처벌 수위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행위’와 ‘스토킹범죄’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 하나하나가 스토킹행위라면, 그것이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스토킹범죄가 되는 구조죠.
스토킹행위로 평가되려면 아래 네 가지가 모두 충족되어야 합니다.
- 상대방의 의사에 반할 것
- 정당한 이유가 없을 것
-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일 것
- 법에 정해진 행위 유형에 해당할 것
여기에 더해 스토킹범죄가 성립하려면 그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요건이 다섯 겹인 셈인데요. 하나라도 무너지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지니고 저지른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올라가고요. 여기까지만 보면 그리 무겁지 않다고 느끼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 죄의 진짜 무게는 법정형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습니다.
2023년 7월, 반의사불벌 규정이 사라졌습니다
스토킹처벌법은 제정 당시 반의사불벌죄였습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그것으로 사건이 종결되었죠. 그래서 한동안은 ‘어떻게든 합의만 하면 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2023년 7월 법 개정으로 반의사불벌 규정이 폐지되었습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수사는 그대로 진행되고, 수사기관이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면 기소도 가능해진 것입니다.
물론 처벌불원 의사가 아무 의미가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여전히 중요한 참작 사유이고, 실제로 처분의 방향을 가르기도 하죠. 다만 그것 하나로 사건이 저절로 끝나던 시절은 지났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예전에는 상대방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과제였다면, 지금은 수사기관을 직접 설득해야 하는 사건으로 성격이 바뀌었으니까요.
스토킹 기소유예 처분을 받으려면 처벌불원 의사 외에도, 이 사건이 재판까지 끌고 갈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납득시킬 사정들을 따로 쌓아 올려야 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변호인이 할 일이 생깁니다.
연락 횟수가 아니라 관계의 구조를 보여드렸습니다
저는 이 사건이 재판까지 갈 사안도, 전과로 남을 사안도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두 갈래로 접근했습니다. 한쪽에서는 이 연락들이 과연 스토킹범죄가 요구하는 요건을 채웠는지를 법리적으로 파고들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설령 혐의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처벌까지 갈 사안은 아니라는 선처 사정들을 빠짐없이 정리했습니다.
1) 겉으로 드러난 횟수가 아니라, 두 사람이 맺어 온 관계를 부각했습니다.
수사기록에 남은 것은 며칠 사이의 연락 횟수뿐이었습니다. 그 숫자만 보면 일방적인 집착으로 읽히기 딱 좋았죠.
그런데 기록을 펼쳐보니 전혀 다른 그림이 나왔습니다. 두 사람은 다툼이 생길 때마다 서로 연락을 끊었다가, 며칠 지나면 누군가 먼저 손을 내밀어 다시 화해하는 방식을 오랜 기간 반복해 온 사이였습니다.
연락을 끊는 행위 자체가 관계를 끝내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이 두 사람 사이에서는 다툼 국면의 일상적인 표현에 가까웠던 것이죠.
더 중요한 것은 그 패턴이 한 방향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상대방 역시 차단된 상태에서 먼저 연락을 시도하거나, 먼저 다가와 화해를 청한 이력이 객관적인 자료로 남아 있었습니다. 저는 이 자료들을 시간순으로 배열해 의견서에 담았습니다.

이렇게 되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라는 요건이 흔들립니다. 연락을 끊었다는 사정 하나만으로 그 이후의 연락이 곧바로 의사에 반하는 것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하급심의 일관된 시각이거든요. 명시적이고 확정적인 거절 의사가 있었는지를 따로 따져야 한다는 것이죠.
2) 사흘에 집중된, 하나의 국면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지속성·반복성이었습니다.
이 사건의 연락은 특정한 하루의 다툼에서 비롯되어, 사흘 남짓한 기간 안에 전부 이루어졌습니다. 동기도 하나, 계기도 하나였죠. 그 하나의 화해 시도가 전화로, 메시지로, 여러 경로를 거치는 동안 수단별로 쪼개져 집계되면서 수십 회라는 숫자로 부풀어 오른 것입니다.

스토킹범죄가 지속성·반복성을 요구하는 이유는, 상대방의 일상이 무너질 만큼 행위가 이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하나의 국면 안에서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이 여러 건수로 분절되어 잡힌 것과는 성격이 다르죠. 실제로 법원도 일회성이거나 비연속적인 단발성 행위가 여러 차례 있었던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이 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그 사흘이 지난 뒤로는 어떠한 연락도 없었습니다.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사, 즉 범의의 계속이 없었다는 점이 이보다 분명하게 드러나기도 어렵죠.
저는 여기에 더해 유사한 사정 아래에서 스토킹범죄의 성립을 부정한 하급심 판결 네 건을 찾아 판결문 전문과 함께 제출했습니다.

추상적인 주장만 늘어놓는 것과, 법원이 실제로 어떤 사정을 어떻게 평가했는지를 판결문으로 보여드리는 것은 설득력의 무게가 다르니까요.
3) 초범이자 우발적인 일이었다는 점을 경위와 함께 짚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두 번째 갈래입니다.
의뢰인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범이었습니다. 이번 일도 오랜 관계가 끝나가는 과정에서 감정이 북받쳐 벌어진 우발적인 일이었을 뿐, 미리 계획하거나 악의를 품고 저지른 행동이 아니었고요.
저는 사건의 전후 경위를 시간순으로 풀어 이 점을 소명했습니다. 아울러 한 번의 일로 평생 전과가 따라붙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점도 힘주어 말씀드렸습니다.
4)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했습니다
의뢰인은 자신의 연락이 상대방에게 부담이 되었다는 사실만큼은 깊이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마음과 함께, 다시는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분명하게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굳이 재판까지 가지 않더라도 교육 이수 등을 조건으로 한 선처만으로 이 사건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된다는 점을 설득했죠.
피해가 무겁지 않다는 점, 상대방 본인도 의뢰인의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 역시 객관적인 자료와 함께 빠짐없이 정리해 제출했습니다.
결과 — 재판에 넘겨지지 않고 종결되었습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재판에 넘기지 않았습니다.
스토킹 재범 방지 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한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고, 검찰은 그 이유로 의뢰인이 초범인 점, 피해의 정도가 중하지 않은 점, 상대방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함께 들었습니다.

의뢰인은 법정에 서지 않았고, 형사처벌도 전과도 남지 않았습니다. 전과가 남는 것은 아닌지 몇 달을 마음 졸이던 분이, 아무런 처벌 없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게 된 것이죠.
돌이켜보면 이 사건의 분기점은 ‘무죄를 받아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요건을 다툴 수 있는 구조가 서류 위에 분명히 서 있고, 그 위에 선처할 만한 사정들이 겹겹이 쌓여 있을 때, 수사기관으로서는 굳이 이 사건을 법정까지 끌고 갈 이유를 찾기 어려워집니다.
다툴 여지를 만들어두는 일과 선처를 구하는 일은 서로 어긋나는 작업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향하는 두 개의 축이죠.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스토킹전문변호사의 역할입니다.
글을 마치며, 대화 내역을 지우지 마십시오.
이별 후 신고를 당하신 분들이 가장 흔히 하는 실수가 이것입니다. 부끄럽다는 마음에, 혹은 불리해 보인다는 생각에 메신저 대화와 통화 기록을 지워버리는 것이죠.
그런데 상대방이 먼저 연락해 온 이력, 두 사람이 화해를 주고받던 흔적, 신고 직전까지 평범하게 오가던 일상적인 대화는 전부 그 안에 들어 있습니다. 수사기관에는 상대방이 제출한 자료만 남아 있기 마련이고, 그 나머지 절반을 채워 넣을 수 있는 사람은 본인뿐입니다.
스토킹 기소유예는 우연히 얻어지는 결과가 아닙니다. 흩어져 있는 기록을 모아 관계의 실제 모습을 복원하고, 법이 요구하는 요건 하나하나에 맞춰 그것을 배열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죠.
그 작업은 수사가 진행될수록 어려워집니다. 진술이 한번 조서에 박히고 나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신고 사실을 알게 되셨다면, 혼자 해명을 준비하시기 전에 기록부터 챙기시기 바랍니다.
무혐의 사례가 궁금한 분이라면 아래 사례들도 이어서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스토킹전문변호사에게 자주 묻는 질문
상담 과정에서 반복해 받는 질문 세 가지를 정리해 드립니다.
Q1. 상대방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사건이 끝나나요?
A. 끝나지 않습니다. 2023년 7월 법 개정으로 반의사불벌 규정이 폐지되었기 때문에, 처벌불원 의사만으로 사건이 자동 종결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여전히 중요한 참작 사유이기는 합니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도 상대방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 기소유예 사유의 하나로 명시되었죠. 관건은 그 외에 어떤 사정을 함께 제시하느냐입니다.
Q2. 몇 번 이상 연락해야 스토킹범죄가 되나요?
A. 정해진 횟수 기준은 없습니다. 법은 지속적 또는 반복적일 것을 요구할 뿐이고, 법원은 여러 행위 사이에 시간과 장소의 근접성, 방법의 유사성, 기회의 동일성, 범의의 계속 등 밀접한 관계가 있어 전체를 하나의 반복적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지를 봅니다. 짧은 기간에 하나의 계기로 집중된 연락이라면 건수가 많아도 성립이 부정될 수 있고, 반대로 횟수가 적더라도 오랜 기간에 걸쳐 이어졌다면 인정될 수 있습니다.
Q3. 기소유예를 받으면 전과가 남나요?
A. 남지 않습니다. 기소유예는 검사가 혐의는 인정되지만 여러 사정을 참작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이므로, 형사처벌을 받은 것이 아니고 전과기록도 생기지 않습니다. 다만 수사를 받은 사실 자체는 수사경력자료로 일정 기간 보존되며, 이후 같은 유형의 사건이 생기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처분을 받은 뒤에도 부과된 조건을 성실히 이행하시고, 재범 소지가 있는 접촉은 완전히 정리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이 부분이 걱정되신다면 스토킹전문변호사와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