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공휴일 상담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변호사 강창효 법률사무소
02-592-1116
카카오톡 네이버 블로그

처분 문서

스토킹불기소

스토킹불기소 – 4년간 78회 연락, 무혐의 사례

강창효 변호사

2026-03-31

성범죄 전담 재판부 판사 역임, 강창효 변호사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 여자친구에게 약 4년에 걸쳐 카카오톡, 문자, 전화 등으로 총 78회 연락을 했다는 이유로 스토킹 혐의를 받게 된 의뢰인이 스토킹불기소를 받아낸 사례에 대해 적어보고자 합니다.

(우리 의뢰인은 민수, 의뢰인의 전애인은 수연이라고 지칭하겠습니다. 당연히 가명입니다.)

의뢰인 민수는 수연과 연인으로 교제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연이 해외로 교환학생을 떠나면서 연락이 점차 뜸해졌고, 민수가 “이렇게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맞느냐”고 물었을 때 수연은 별다른 대답 없이 침묵했습니다.

그렇게 둘은 이렇다 할 작별 인사도 나누지 않은 채 흐지부지 헤어졌죠.

헤어진 뒤에야 민수는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늘 자기 감정만 앞세우면서 수연의 마음은 헤아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시간이 흐를수록 선명해졌습니다.

그래서 민수는 가끔 수연이 생각날 때면 안부를 묻거나 미안했다는 마음을 전했고, 시간이 흘러 그동안 묵혀둔 감정을 카카오톡 장문 메시지로 쏟아냈는데요.

하지만 수연의 답장은 끝내 없었고, 민수는 친구로부터 “그건 수연이를 괴롭히는 거다, 잘 살고 있는 사람 그만 괴롭히고 편히 놔줘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그제서야 자신의 마음이 수연에게 어떻게 닿고 있었는지 깨달은 민수는,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덕분에 마음 전했어, 안녕”이라는 마지막 문자를 끝으로 수연에게 일절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민수에게 스토킹 피의자라는 통보가 온 것입니다.

스토킹불기소, 어떤 경우에 가능할까? – 형량과 성립조건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행위’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하여 접근하거나 따라다니는 등의 행위를 하거나,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

그리고 ‘스토킹범죄’란 이러한 스토킹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말합니다(같은 법 제2조 제2호).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정리하면, 스토킹범죄가 성립하려면 세 가지 요건이 모두 갖추어져야 합니다.

  1. 상대방의 의사에 반할 것
  2.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일 것
  3. 그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질 것

특히 판례는 일회성 내지 비연속적인 단발성 행위가 수차 이루어진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스토킹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스토킹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느냐는 연락의 ‘횟수’가 아니라 ‘맥락’에 달려 있습니다.

누가 먼저 연락을 시작했는지, 상대방이 명시적으로 거절했는지, 메시지의 내용이 위협적이었는지, 연락의 간격은 어땠는지 — 이러한 사정들이 결론을 가릅니다.

이 사건의 민수에게는 이 모든 요소가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설득력 있는 논리로 풀어내느냐였습니다.

경찰이 아닌 검찰에서 승부를 본 이유

저는 경찰 조사에 입회하여 담당 수사관과 몇 마디를 나누고는 대번에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습니다.

수사관이 78회라는 표면적인 연락 횟수에 꽂힌 모양인지, “이 사건은 당연히 스토킹”이라는 취지로 불리한 심증을 드러낸 것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 수연이 민수에게 명시적으로 연락을 거부한 적이 있는지, 메시지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를 세밀하게 따지기보다 자신의 심증을 굳히는 데 여념이 없어 보였습니다.

수사관의 불공정한 언행에 옥신각신을 하다 결국 기피신청을 한 사건도 있었는데, 생각이 나서 첨부드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 단계에서 무리하게 설득을 시도하기보다,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뒤 의견서를 통해 법리적으로 승부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검찰은 기소 여부를 최종 결정하면서 법리적 쟁점을 보다 면밀하게 검토하기 때문입니다.

이 전략적 판단이 결과적으로 유효했습니다.

저는 검찰 송치 후 변호인의견서를 추가 제출하면서, 스토킹불기소를 이끌어내기 위한 세 갈래의 논증을 펼쳤습니다.

1) 수연은 민수에게 “연락하지 말아라”고 명시적으로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스토킹행위의 첫 번째 요건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할 것’입니다.

그런데 수연은 민수에게 단 한 번도 “연락하지 말아라”라는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수연은 2020년 6월경 민수와 전화통화를 한 자리에서 “기말고사 준비를 하고 있으니, 마치고 연락을 주겠다”고 말했고, 같은 해 8월경에도 “지금은 바쁘니 나중에 연락하겠다”는 문자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스토킹불기소_1

수연은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지만, 민수의 입장에서는 수연이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어려웠습니다. 수연의 성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민수와 수연이 교제하던 당시, 수연에게는 갈등 상황을 회피하는 성향이 있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 해결하지 않고 자기 감정에 매몰되어 연락을 잘 받지 않았죠. 그래서 매번 민수가 먼저 장난도 치고 적극적으로 다가가야만 수연도 마음의 문을 열었고, 이것이 둘의 관계가 봉합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러한 교제 패턴에 비추어, 민수로서는 수연의 침묵을 ‘거절’이 아닌 ‘아직 고민 중’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했습니다. 저는 이 점을 의견서에서 구체적으로 논증했습니다.

스토킹불기소_2

2) 민수가 보낸 메시지는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유발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요구합니다. 대법원(2023도10313 판결)은 행위자와 상대방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행위 태양, 주변 상황 등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민수가 카카오톡으로 보낸 장문의 메시지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관통하는 주제는 하나입니다.

교제 당시 이기적으로 굴었던 자신에 대한 반성과 후회, 그리고 수연에게 고맙다는 마음.

민수는 메시지에서 “너한테 상처만 주고 힘들게만 해서 많이 후회한다”고 했고,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나의 언행에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몇 년이 지나고서야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이 메시지들 어디에서도 위협이나 협박의 뉘앙스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한편, 민수가 수연에게 “싸우자”는 표현을 쓴 적이 있었는데, 이것이 문제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수는 교제 당시에도 갈등이 생기면 수연에게 장난스러운 별명을 붙여가며 대화를 유도하곤 했습니다. “싸우자”는 소극적인 수연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나름의 표현이었을 뿐, 공격적인 맥락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수연은 민수의 카카오톡을 차단하지 않았고 메시지를 읽기도 했습니다. 만약 메시지 내용이 정말로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주는 것이었다면, 차단이라는 가장 간단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3) 약 4년간의 연락은 ‘지속적 또는 반복적’ 스토킹행위로 보기 어렵습니다.

스토킹범죄가 성립하려면 스토킹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이어야 합니다. 판례는 이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합니다. 일련의 스토킹행위 사이에 일시·장소의 근접, 방법의 유사성, 기회의 동일, 범의의 계속 등 밀접한 관계가 있어야 하고, 일회성 내지 비연속적인 단발성 행위가 수차 이루어진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스토킹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봅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23노191 판결 등 참조).

민수의 연락 패턴을 시간순으로 놓으면, 크게 두 덩어리로 나뉩니다.

첫째, 2020년 O월경부터 2022년 O월경까지 간헐적으로 한 연락입니다.

이 기간 민수는 수연이 “연락을 주겠다”고 약속한 말을 기다리면서, 가끔 생각이 날 때 안부를 묻는 수준이었습니다. 연락 사이의 간격이 수개월에 이르렀고 빈도도 높지 않았습니다. 이는 명백한 단순 단발성 연락입니다.

둘째, 2024년 12월 O일부터 2025년 1월 1일까지 약 한 달간 집중된 연락입니다.

이 기간에 민수는 카카오톡으로 장문 메시지를 보내는 것에서 시작하여, 문자와 전화로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이 두 번째 기간만 놓고 보면 연락의 밀도가 높아 보이지만, 핵심적인 사정이 있습니다. 민수는 이 기간 중에도 스스로 마감 시한을 정해두고 있었습니다.

2024년 말, 민수는 수연에게 이렇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24년이 지나가도 안되는 것이라면 정말 깨끗하게 포기할게. 연락처, 사진 메시지 다 지우고 두번 다시 나타나지 않을게.”

스토킹불기소_3

그리고 2025년 1월,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덕분에 마음 전했어, 안녕”이라는 마지막 문자를 끝으로 민수는 실제로 연락을 완전히 중단했습니다.

스스로 연락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하고, 실제로 그만둔 사람입니다. 이 사람에게 스토킹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결과

스토킹불기소. 검찰은 혐의없음(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불기소결정서에는 저희가 의견서에서 주장한 논리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검찰은

  1. 약 4년 동안 78회 연락에 불과한 점
  2. 수연이 과거 민수에게 “나중에 연락하겠다”는 문자를 보낸 사실이 있는 점
  3. 메시지 내용에 비추어 민수가 주로 만남을 요청하거나 사과하기 위하여 연락한 것으로 보이는 점
  4. 각 연락 행위의 기간, 시간적 간격, 표현 내용에 비추어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행하여진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려운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불리했던 사건이었지만, 그 숫자 뒤의 맥락을 하나하나 풀어내자 결론이 달라졌습니다.

스토킹처벌법, 억울한 혐의를 벗기 위해서는?

이 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스토킹범죄의 성립 여부는 연락 횟수라는 단편적인 숫자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그 연락이 이루어진 관계의 맥락, 메시지의 내용, 상대방의 반응, 행위자의 고의를 모두 종합해야 비로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숫자에 매몰되어 있을 때, 그 숫자 뒤의 사정을 법리와 증거로 정리하여 전달하는 것이 변호인의 역할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경찰 단계가 아닌 검찰 단계에서 승부처를 잡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결과를 바꾸었습니다.

지금 스토킹 혐의로 수사를 받고 계시면서 스토킹 무혐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맥락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어떤 관계에서, 어떤 경위로, 어떤 내용의 연락이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그 맥락을 수사기관에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변호인과 함께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스토킹불기소, 자주 묻는 질문

Q1. 스토킹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불기소가 가능한가요?

A. 가능합니다. 스토킹범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할 것,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일 것,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세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합니다. 이 중 하나라도 입증이 부족하면 불기소 처분을 받을 수 있으며, 변호인의견서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2. 상대방이 “연락하지 말라”고 명시적으로 말한 적이 없는데도 스토킹이 성립하나요?

A. 명시적 거절 의사가 없더라도,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행위 내용,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지 판단합니다. 다만, 명시적 거절이 없었다는 사실은 방어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Q3. 연락 횟수가 많으면 무조건 스토킹에 해당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판례는 일회성 내지 비연속적인 단발성 행위가 수차 이루어진 것에 불과한 경우 스토킹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연락의 횟수뿐 아니라 기간, 간격, 내용, 경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Q4. 전 연인에게 사과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스토킹이 될 수 있나요?

A. 메시지의 내용이 사과라 하더라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지속·반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스토킹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메시지 내용이 회한과 사과에 한정되어 있고 위협적 요소가 없으며, 본인이 스스로 연락을 중단한 경우에는 스토킹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Q5. 스토킹불기소 사건에서 변호사를 선임하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나요?

A. 변호사는 경찰조사 입회, 변호인의견서 작성 및 제출, 유리한 증거 확보 등을 통해 불기소 처분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특히 연락의 맥락과 경위를 법리적으로 정리하여 검찰을 설득하는 것이 핵심이며, 경찰과 검찰 중 어느 단계에 힘을 집중할지 전략적으로 판단하는 것도 변호사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업무사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중밀집장소추행 기소유예

공중밀집장소추행 – 지하철 성추행 기소유예 사례

성범죄 전담 재판부 판사 역임, 강창효 변호사입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사건은 출근길 붐비는 지하철 전동차에서 벌어진 공중밀집장소추행 사건입니다. 의뢰인은 전동차에서 내리던 여성을 뒤따라 하차하며 손으로 엉덩이를 만진 혐의를 받았습니다. 그 전후 동선이 고스란히 담긴 CCTV 영상까지 이미 수사기관의 손에 들어가 있었죠. 처음에 의뢰인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사람이 워낙 붐벼 의도치 않은 접촉이 있었을 수는 있겠다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그런데 잠깐의 휴식을 가진 직후, 같은 사람이 돌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사코 혐의를 부인하던 의뢰인이 불과 몇 분 사이에 입장을 번복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CCTV 영상이 있는 사건이라는 건 조사실에 들어서기 전부터 어느 정도 짐작하고 가는 부분입니다. 정작 어려운 지점은 따로 있죠. 그 영상을 미리 볼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수사관에 따라 영상을 먼저 보여주기도 하지만, 대개는 보여주지 않은 채 질문과 추궁만 이어갑니다. 이 경우 사건의 향방은 순전히 내 옆에 앉아있는 변호인의 노하우와 임기응변에 달려있습니다. 어떤 질문을 던지고 무엇을 근거로 몰아붙이는지를 들으며, 피해자가 어떻게 진술했는지, 증거가 어디까지 모여 있는지를 거꾸로 더듬어 가는 것이죠. 이어서 이 사건을 다툴 것인지, 인정하고 선처를 구할 것인지를 그 자리에서 결정해야 합니다. 이 판단은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사무실로 돌아가 곱씹어볼 여유도 없이 오롯이 입회한 변호인 혼자 짊어져야 하는 몫입니다. 의뢰인이 휴식 전후로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보였던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 사이 제가 방향을 정했고, 더 이상 부인하는 진술을 조서에 쌓는 것은 의뢰인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손쓸 도리가 없어 보이던 이 사건은 재판에 넘겨지지 않고 검찰 단계에서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그 조사실에서의 짧은 순간이 어떻게 이런 결과로 이어졌는지, 처음부터 짚어보겠습니다. 공중밀집장소추행, 어떤 경우에 성립하고 어떻게 처벌될까 공중밀집장소추행죄는 대중교통수단이나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사람이 빽빽하게 모이는 장소에서 타인을 추행했을 때 성립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하철 추행이 바로 여기에 해당하죠. 아울러 본 죄는 강제추행과 달리 폭행이나 협박이라는 수단을 요구하지 않는데요. 사람이 빽빽하게 들어찬 공간에서는 가해자가 굳이 힘을 쓰지 않아도 추행이 가능하다는 점에 그 이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하철이나 버스처럼 붐비는 공간에서 이뤄진, 겉보기에는 사소해 보이는 신체

준강간집행유예

준강간집행유예 – 재판 앞두고 선임 | 실형 피한 사례

성범죄 전담 재판부 판사 역임, 강창효 변호사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준강간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대학생 의뢰인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실형의 위기에서 벗어난 사례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의뢰인은 같은 대학에 다니는 친구와 늦은 밤까지 술을 마신 뒤, 한 건물 화장실에서 만취한 피해자를 간음한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교사 임용을 준비하며 학업에 매진하던 평범한 학생이, 하루아침에 중형을 마주하게 된 것이죠. 의뢰인은 수사 단계에서는 다른 로펌의 조력을 받아 혐의를 다투었지만, 결국 준강간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코앞에 두고서야 저를 찾아왔습니다. 수사단계에서 무사히 끝날 줄 기대했던 사건이 결국 재판에 이르게 되어 의뢰인과 가족분들 모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을 텐데요. 모쪼록 뒤늦게라도 제게 연락을 주셔서 다행입니다. 교사 임용을 준비하고 있던 아들이 실형을 선고받으면 어쩌나 밤잠 못 이루셨을 어머님께서도 이제는 한시름 덜고 일상을 찾으셨으면 합니다. 준강간죄의 성립 조건과 처벌 수위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경우에 성립합니다(형법 제299조). 흔히 떠올리는 강간과 달리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상대가 술에 취해 제대로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상태를 이용했다면 성립할 수 있는데요. 문제는 그 처벌의 무게입니다. 준강간은 강간죄와 똑같이 처벌되는데, 강간죄의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형법 제297조). 벌금형이라는 선택지 자체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 유죄가 인정되는 순간, 재판은 ‘징역 몇 년이냐’를 다투는 무대로 바뀌는 것입니다. 혐의를 인정하고 실형만은 피하자는 판단 이 사건은 1심 재판 전, 즉 수사단계까지는 다른 로펌에서 변론하였는데요. 해당 로펌에서는 유무죄를 다투기로 하고 혐의를 전면 부인하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볼 적에는 이대로 유무죄 주장을 계속 했다가는 실형 선고의 위험이 무척 컸고, 늦게라도 혐의를 인정하여 실형을 피하는 편이 현명하다 판단했습니다. 준강간 사건 상담을 하다 보면 본인의 혐의 여부를 두고 혼란스러워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때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한번 가늠해 볼 수 있는 단순한 기준이 하나 있습니다. 상대가 술에 취하지 않은 맨정신이었어도 과연 성관계를 할 사이였는지를 떠올려 보는 것입니다. 이 사건은 그 기준에 비추어 볼 때, 법정에서 무죄를 끝까지 주장하기에는 부담이 큰 사안이었습니다. 무죄를 다툴 때의 위험을 가감 없이 설명했습니다 저는 의뢰인과 부모님께 재판에서 무죄 주장을 이어갈 경우 감수해야 할 위험을 빠짐없이 설명드렸습니다. 재판에서 혐의를 다투려면

강제추행벌금형

강제추행벌금형 – 벌금 선처 약식기소 사례

성범죄 전담 재판부 판사 역임, 강창효 변호사입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사건은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하는 상태에서, 정식재판이 아닌 약식절차로 벌금형을 받아 사건을 마무리한 사례입니다. 의뢰인은 사실관계 자체를 크게 다투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본인도 혐의를 인정하고 있었는데요. 문제는 과거 전과가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전과가 있는 이상 기소유예를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습니다. 의뢰인이 상담을 오셔서 가장 먼저 꺼낸 이야기는 처벌의 무게가 아니었습니다. “이러다 또 정식재판을 받으면, 앞으로 몇 년을 이 사건에 묶여 사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었죠. 전과가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짓누르고 있던 데다, 재판 절차가 길게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까지 더해져 있던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 사건에서 무엇을 현실적인 목표로 잡을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강제추행의 처벌 수위와 성립 요건 강제추행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했을 때 성립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폭행은 반드시 강한 물리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데요. 상대의 의사에 반하여 기습적으로 신체를 만지는 이른바 기습추행도 강제추행에 해당합니다. 짧고 순간적인 접촉이었다고 해서 죄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죠.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전과가 있는 사건, 변론의 방향을 어떻게 잡았나 전과가 있는 강제추행 사건에서 가장 위험한 선택은, 가능성이 희박한 결과에 매달리느라 정작 손에 쥘 수 있던 결과까지 놓치는 것입니다. 저는 이 사건의 변론을 네 가지 축으로 설계했습니다. 잡을 수 있는 목표부터 분명히 했습니다 저는 이 사건에서 기소유예만을 무리하게 주장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전과가 있는 이상 기소유예는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웠고, 거기에 매달리다가는 자칫 구공판, 즉 정식재판으로 사건이 넘어가 의뢰인이 가장 두려워하던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구공판을 막고, 약식절차에서 강제추행 벌금형으로 사건을 신속히 끝내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습니다. 피해자와의 합의를 가장 먼저 추진했습니다 혐의를 인정하는 강제추행 사건에서 피해 회복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입니다. 그리고 합의는 양형에 영향을 미치는 자료 가운데 가장 무게가 큰 축에 속하죠. 저는 피해자 측과 조심스럽게 소통하며 의뢰인의 진심 어린 사과 의사를 전했습니다. 직접 연락은 오히려 역효과를 부르기 쉬워, 접촉의 절차와 수위를 신중하게 조율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 과정을 거쳐 결국 합의에 이르렀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까지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약식기소가 이 사건에 맞는 처리임을 설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