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문에는 ‘추행’이라는 단어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를 일일이 적어놓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같은 행위를 두고도 누군가는 “이건 분명 성추행이다”라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그 정도를 가지고?”라는 반응이 나오죠.
이 모호함이 양쪽 모두를 불안하게 만듭니다.
피해를 입었다고 느끼는 쪽은 ‘법적으로 인정이나 받을 수 있는 건지’ 확신이 없고, 혐의를 받게 된 쪽은 ‘정말 처벌까지 이어지는 건지’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모호한 영역에서도 나름의 분명한 기준으로 선을 긋고 있습니다.
핵심은, 행위 하나만을 따로 떼어보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가 이루어진 맥락 전체를 종합하여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글에 앞서, 짤막한 소개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저는 성범죄 재판부에서 판사를 역임한, 강창효 변호사입니다.
성추행 사건은 동일한 행위라 하더라도 접촉 경위, 당사자 간 관계, 당시 정황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옵니다.
본인과 비슷한 상황의 사건에서 실제로 어떤 결과가 내려졌는지를 확인해보시면,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시는 데 도움이 되실 텐데요.
관련 사례를 이 사이트에 상세히 정리해두었으니 함께 참고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럼 성추행의 성립 여부부터 다루어보겠습니다.
성추행 판단의 핵심 요소 4가지
성추행, 정확히는 형법상 ‘강제추행’의 성립 여부는 단 하나의 기준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행위의 외형뿐 아니라 그 행위가 이루어진 맥락 전체를 살피는데요.
실무에서 반복적으로 쟁점이 되는 핵심 요소를 짚어보겠습니다.
고의성과 의도 — 단순 접촉과 성추행을 가르는 기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다”는 변명은 성추행 사건에서 가장 흔하게 등장합니다.
그런데 법원이 고의성을 판단할 때, 행위자의 내심 — 즉 ‘나는 그럴 마음이 없었다’는 주장 — 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속마음은 입증할 수도, 반증할 수도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법원은 객관적으로 드러난 행위의 양상과 정황을 종합합니다.
가령, 혼잡한 지하철에서 한 번 스치듯 접촉이 있었다면 그 자체만으로 고의를 인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같은 지하철 안에서 특정 신체 부위에 대한 접촉이 반복되었고, 피해자가 자리를 옮겼는데도 따라와서 다시 접촉했다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지죠.
행위의 반복성, 접촉 부위, 피해자의 회피 이후에도 접촉이 지속되었는지 여부 — 이런 요소들이 일부러 한 건지 아닌 지를 가릅니다.
결국 ‘의도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행위자의 말이 아니라 행위 자체가 보여줍니다.
피해자의 거부 의사와 성적 수치심
강제추행이 성립하려면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추행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다만 판례는 이때의 ‘폭행’을 넓게 해석하여, 기습적인 신체 접촉 자체를 폭행으로 보고 있죠. 이른바 ‘기습추행’ 법리입니다. (성추행을 하기 위한 별도의 폭행이나 협박을 하지 않았어도 성추행 자체가 폭행이라는 얘기)
따라서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지 않았더라도, 불의의 접촉으로 인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꼈다면 강제추행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성적 수치심의 판단 기준이 피해자 개인의 주관에만 좌우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법원은 ‘일반인의 관점에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행위였는가’라는 객관적 잣대를 적용합니다.
피해자가 불쾌함을 느꼈다는 사실 자체가 곧 성추행의 성립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그 행위가 객관적으로 성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면 피해자의 명시적 거부가 없었더라도 성추행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관계와 상황 — 직장 상하관계, 음주, 수면 상태
같은 신체 접촉이라도, 그것이 이루어진 관계와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집니다.
직장 상사가 회식 자리에서 부하직원의 허벅지를 툭 치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행위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것이 단순한 격려인지 성추행인지는, 접촉의 부위와 방식, 그 전후의 언행, 상하관계로 인해 거부가 사실상 어려웠는지 여부를 종합하여 판단하게 됩니다.
특히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있거나 잠든 상태였다면, 저항이 곤란한 상황에서의 추행으로 보아 ‘준강제추행’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준강제추행은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추행을 처벌하는 죄로, 법정형은 강제추행과 동일하게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결국 행위 그 자체만을 떼어놓고 “이것이 성추행이다, 아니다”를 가릴 수는 없습니다.
누가, 어떤 관계에서, 어떤 상황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행위했는가 — 이 맥락 전체가 판단의 대상입니다.
성희롱과 성추행의 차이 — 처벌 수위 비교
성추행과 혼동되기 쉬운 개념이 바로 성희롱입니다.
일상에서는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법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범주에 속하고 그에 따른 제재의 성격과 무게도 현격하게 다릅니다.
성희롱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많은 분들이 놀라시는 부분인데, 성희롱은 원칙적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성희롱은 남녀고용평등법, 국가인권위원회법 등에서 규율하는 개념으로, 직장 내에서 성적 언동으로 상대방에게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주는 행위를 의미하죠.
이에 대한 제재는 사업주의 징계 조치, 과태료 부과, 민사상 손해배상 등이고, 가해자를 형사 기소하여 징역이나 벌금을 부과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다만 성희롱 피해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 조치를 한 사업주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으므로, 신고에 따른 보복이나 불이익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성추행(강제추행)의 형사처벌 기준과 부가 불이익
이에 비해 성추행, 즉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은 엄연한 형사범죄입니다.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고, 유죄가 확정되면 성범죄 전과가 남습니다.
전과 기록 외에도 성범죄자 신상정보 등록, 취업제한, 수강명령 등의 보안처분이 뒤따르는데요.
이러한 보안처분은 형사처벌과 별개로 부과되기 때문에, 벌금형으로 끝났다 하더라도 신상정보 등록이나 취업제한은 그대로 적용됩니다.
처벌의 무게가 선고 형량에만 있는 것이 아닌 셈이죠.
성희롱에서 성추행으로 넘어가는 경계선
그렇다면 성희롱과 성추행의 경계는 어디일까요.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신체 접촉의 유무와 그 성격입니다.
성적인 농담, 외모에 대한 부적절한 언급, 음란한 사진 게시 등 언어적·시각적 행위는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지만,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없는 한 강제추행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언어적 성희롱이 반복되면서 신체 접촉까지 동반되기 시작했다면, 그때부터는 강제추행의 영역으로 넘어올 수 있습니다.
특히 피해자가 반복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현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접촉을 지속했다면, 고의성과 강제성이 모두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지죠.
정리하면, 성희롱은 과태료·징계·민사 영역의 문제이고, 성추행은 징역·벌금·전과가 따르는 형사 영역의 문제입니다.
이 둘의 차이를 정확히 아는 것이,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출발점입니다.
모호한 상황별 성추행 판단 사례
법적 기준을 머리로는 이해했다 하더라도, 현실에서의 상황은 그 기준처럼 깔끔하게 나뉘지 않습니다.
일상에서 자주 문제가 되는 모호한 상황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혼잡한 버스·지하철에서의 신체 접촉
출퇴근 시간대의 대중교통은 불가피한 신체 접촉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공간입니다.
이런 환경에서의 접촉이 성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접촉의 부위·지속 시간·반복성·피해자의 회피 후 행위자의 대응 등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예를 들어, 만원 버스에서 몸이 밀착되어 어깨가 닿은 정도라면 이를 성추행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특정 신체 부위에 대한 접촉이 반복되었고, 피해자가 위치를 바꿨는데도 다시 접근하여 접촉했다면 불가피한 접촉이라는 항변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죠.
실무적으로 이런 사건에서는 CCTV 영상과 동선 기록이 핵심 증거가 됩니다.
행위자가 피해자를 따라 이동한 정황이 영상에 포착되면, 고의성을 부정하기 매우 어려워집니다.
직장·술자리·찜질방 등 일상 공간에서의 경계
직장 회식 자리에서 상사가 부하직원의 허벅지를 툭 치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행위. 당사자는 “친근감의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상대방은 전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이런 상황에서 상하관계로 인해 피해자의 거부가 사실상 어려웠는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직속 상사의 접촉에 대해 명시적으로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현실이고, 법원도 이 점을 고려합니다.
술자리의 경우 음주 상태가 변수로 작용합니다. “취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항변은 고의성을 부정하는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피해자가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면 준강제추행이 적용되어 처벌이 더 무거워질 수 있죠.
결국 관계성과 맥락은, 동일한 행위를 성추행으로 만들기도 하고 아니게 만들기도 하는 결정적 요소입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판단이 가장 위험한 판단일 수 있습니다.
사건 초기 대응 — 합의·고소·진술 전략
성추행 사건은 초기 대응이 이후 전체 절차의 방향을 결정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방향으로든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이후의 수습이 몇 배로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합의와 고소,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는가
피해자의 입장에서, 합의와 고소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닙니다.
고소를 먼저 진행한 뒤 수사 과정에서 합의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고, 합의금을 수령하면서 고소전합의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습니다.
직장 내 성추행 사건의 경우, 피해자 입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사내에 소문이 퍼지는 것인데요.
이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면,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에게 성추행 피해 신고자의 비밀 유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비밀을 누설한 경우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또한 신고를 이유로 해고, 전보 등 불이익 조치를 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제도적 보호 장치가 있다 하더라도 현실의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직장 내 사건의 경우, 증거를 먼저 확보한 뒤 대응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혐의를 받는 쪽의 입장에서는, 합의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그 시기와 방식이 중요합니다.
사건 초기에 성급하게 합의를 시도하면 오히려 범행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죠.
진술 전략과 합의 시점은 사건의 구체적 상황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초기 진술과 증거 확보가 결과를 좌우한다
성추행 사건은 물적 증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밀폐된 공간이나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순간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이 사건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피해자든 혐의를 받는 쪽이든, 최초 진술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후 진술 내용이 달라지면 일관성이 훼손되어 신빙성에 타격을 입게 됩니다.
특히 경찰 단계에서의 첫 진술은 이후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에서 반복적으로 인용되므로,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한 상태에서 조사에 임해야 합니다.
증거 확보 측면에서는, CCTV 영상이 가장 강력한 객관적 증거입니다. 사건 발생 장소의 CCTV가 존재한다면, 영상이 덮어씌워지기 전에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이죠.
이 외에도 사건 전후의 문자·메신저 대화 기록, 동선을 확인할 수 있는 교통카드 사용 내역, 목격자 진술 등이 주요 증거가 됩니다.
증거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CCTV 영상은 통상 30일 내외로 보관 기간이 정해져 있고, 목격자의 기억도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죠. 사건 발생 직후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이후 어떤 방향으로 대응하든 가장 유리한 출발점이 됩니다.
성추행기준, 결국 맥락이 답이다
성추행의 성립 여부는 행위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고의성, 접촉의 부위와 방식, 당사자 간 관계, 당시 상황 — 이 모든 요소가 종합되어 비로소 법적 판단이 내려집니다.
성희롱과 성추행은 일상에서 혼용되지만, 법적으로는 제재의 성격과 무게가 완전히 다릅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어느 범주에 해당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첫걸음이고, 그 위에서 합의·고소·진술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입니다.
초기 대응에서 방향을 잘못 잡으면, 이후 전체 절차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반대로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하고 증거를 확보한 상태에서 방향을 설정하면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이만 글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강창효 변호사였습니다.
성추행기준 관련 자주 묻는 질문
Q. 성적 의도 없이 몸이 닿았을 뿐인데도 성추행으로 처벌받을 수 있나요?
A.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만으로 성추행 혐의에서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법원은 행위자의 내심이 아니라, 접촉의 부위·반복성·지속 시간·피해자의 회피 이후 행위자의 대응 등 객관적 정황을 종합하여 고의성을 판단합니다. 단순히 스친 정도라면 성추행으로 보기 어렵지만, 특정 부위에 대한 접촉이 반복되었거나 피해자의 회피 이후에도 접촉이 지속되었다면 고의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직장 내 성추행을 신고하면 회사에 소문이 퍼지지 않나요?
A.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에게 성추행 피해 신고자에 대한 비밀 유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또한 신고를 이유로 해고·전보 등 불이익 조치를 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제도적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소문에 대한 우려만으로 신고를 포기하기보다는 증거를 확보한 뒤 적절한 대응 방향을 판단하시길 권합니다.
Q. 성추행 혐의에 대응하려면 어떤 증거를 확보해야 하나요?
A. 가장 강력한 객관적 증거는 CCTV 영상입니다. 사건 발생 장소의 CCTV가 존재한다면 영상 보관 기간(통상 30일 내외)이 경과하기 전에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이 외에도 사건 전후의 문자·메신저 대화 기록, 교통카드 사용 내역 등 동선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목격자 진술 등이 유효한 증거가 됩니다. 증거는 시간이 지날수록 소멸되므로, 사건 발생 직후 확보에 착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