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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분 문서

촬영물등이용협박 무죄 판결문

촬영물등이용협박 무죄 사례 (26.01 선고)

강창효 변호사

2026-03-31

성범죄 전담 재판부 판사 역임, 강창효 변호사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랜덤채팅에서 만난 상대 여성이 해달라는대로 해주었을 뿐인데 돌연 촬영물등이용협박 혐의로 법원에 서게 된 황당한 사건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채팅 어플로 인해 빚어지는 문제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이 사건에서 우리 의뢰인은 아자르라는 랜덤채팅 어플을 통해 무척 모순적인(?) 여성을 만나게 됩니다.

여성 본인이 먼저 협박 플레이의 상황극을 원했고, 이에 의뢰인이 응해주었을 뿐인데 대뜸 협박이 너무 무서웠다며 고소를 하고 나선 것입니다.

외려 우리 의뢰인은 “협박플은 좀 빡센데..”라며 부드러운 거절 의사를 내비치기도 하였으나, 여성이 워낙 원하는 것 같으니 맞춰준 모양새였죠.

검사 측은 이러한 맥락과 무관하게 메세지 자체가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므로 협박의 고의가 인정된다며 사건을 기소했습니다.

말은 언제나 맥락 안에서 존재하기 마련인데, 좌우지간 말 자체가 범법에 해당하니 죗값을 치르라 이겁니다.

제가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 속에서 의뢰인의 억울함을 씻어주기 위해 어떠한 조력을 하였는지 자세하게 적어보겠습니다.

촬영물등이용협박, 유죄가 되면 어떻게 되나?

촬영물이용협박이란, 성적 욕망 또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물이나 복제물을 이용하여 사람을 협박하는 범죄입니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3).

법정형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벌금형이 아예 없습니다. 유죄가 확정되면 징역형만 가능하고, 집행유예가 붙지 않으면 곧바로 교도소에 가야 합니다.

형사처벌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유죄가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 취업제한, 수강명령 등 보안처분이 뒤따릅니다. 성범죄 전과는 취업이나 사회생활 전반에 오랜 기간 영향을 미칩니다.

이처럼 무거운 결과가 따르는 죄인 만큼, 유죄와 무죄를 가르는 기준도 엄격합니다. 핵심은 ‘협박의 고의’가 있었느냐입니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협박이란 일반적으로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행위자의 발언이 단순한 감정적 표현에 불과하여 가해의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는 협박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06. 8. 25. 선고 2006도546 판결 등 참조).

즉, 아무리 겉보기에 위협적인 메시지라 하더라도 그 발언이 이루어진 맥락, 상대방과의 관계,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하죠.

이 사건에서 그 ‘맥락’이란 바로 양자가 합의하에 진행한 상황극이었습니다.

‘상황극’에서 한 말도 협박이 될 수 있을까?

의뢰인과 상대방은 아자르라는 랜덤채팅 플랫폼에서 일면식 없이 처음 만났습니다.

아자르는 대화 상대방을 지정할 수 없는 랜덤채팅 어플리케이션이므로, 의뢰인은 상대방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일상적인 대화에서 출발하여 성적 취향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갔고, 그 과정에서 의뢰인의 가학적 취향과 상대방의 피학적 취향이 맞물려 있다는 것을 서로 확인하게 됩니다.

이후 아자르에서 시그널로 대화를 옮겨, ‘강간플레이’, ‘협박플레이’라 불리는 상황극을 진행했는데요.

의뢰인이 거친 발언이나 협박성 멘트를 하면, 상대방은 그에 반응하며 영상·사진 등을 전송하는 식의 설정이었죠.

공소사실에 기재된 메시지들은 바로 이 흐름 안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검사 측은 메시지의 문면 자체가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므로 협박의 고의가 인정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메시지만 보면 일견 수긍이 갈 수 있겠으나, 저와 우리 의뢰인 입장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주장이었습니다.

저는 그 메시지가 나오게 된 대화의 전후 맥락을 재판부 앞에 남김없이 펼쳐놓는 방식으로 대응했습니다. 메시지 한 줄만 보면 협박이지만, 그 앞뒤 대화까지 함께 보면 상황극의 대사라는 것이 명백해지기 때문입니다.

변론의 핵심 — 대화 내역이 말해주는 진실

이 촬영물등이용협박 사건에서 저는 ‘협박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네 가지 축으로 논증했습니다.

1) 상대방 본인의 법정 증언과 대화 내역이 상황극의 존재를 증명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다름 아닌 상대방 자신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상대방은 법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성관계를 할 때 거칠게 하는 것을 좋아했다”, “강압적으로 하는 것을 좋아한다”, “동의하에 강간을 위장해서 그렇게 플레이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요.

촬영물등이용협박_1

상대방 본인이 ‘강간플레이·협박플레이’라는 상황극의 존재를 인정한 것입니다. 비록 상대방은 법정에서 ‘협박플을 한 적은 없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지만, 실제 대화 내역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시그널 대화 내역을 보면, 의뢰인이 “강간하는 느낌”, “협박플 느낌”이라고 발언하자 상대방은 “ㄹㅇ이긴해”, “멘트어땠어”라며 호응했고 의뢰인이 “협박플은 좀 빡센데”라고 하자, 상대방은 “더 해봐”라며 오히려 부추겼습니다.

촬영물등이용협박_2

나아가 상대방은 의뢰인의 요청에 따라 상황극 멘트를 직접 해주기도 했고, 의뢰인이 시키지도 않은 행위를 자발적으로 하기도 했습니다. 상대방이 스스로 자위 영상을 촬영하여 전송한 것도 이 상황극의 흐름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상대방이 상황극에 적극적으로 몰입하고 호응했다는 것은, 의뢰인이 보낸 메시지가 진정한 ‘협박’이 아니라 상황극의 ‘대사’였음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근거였습니다.

2) 상대방은 단 한 번도 ‘상황극을 중단하자’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만약 상대방이 상황극 도중 진심으로 두려움을 느꼈다면, 의뢰인에게 “그만하자”, “이건 무섭다” 같은 말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사건의 증거기록 전체를 면밀히 검토했습니다.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상대방이 의뢰인에게 명시적으로 ‘상황극을 중단하자’고 요청한 내용은 단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법정에서의 증인신문에서도 이 점을 집중적으로 추궁했습니다.

상대방에게 “피고인에게 ‘영상 유포하지 말아 달라, 협박플이든 뭐든 상황극 그만하자’고 이야기를 한 사실이 있는가”라고 물었고, 상대방은 “너무 오래돼서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이어서 상대방은 스스로 “명확한 의사를 표현한다고 보기 어려웠던 것은” 맞다고까지 말했습니다.

촬영물등이용협박_3

더 눈여겨볼 점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의뢰인의 발언에 공포감을 느껴 경찰에 신고한 후, 출동한 여성 경찰관이 상대방에게 “일단은 자극 시키지 않는게 중요하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해서 유도를 해야 된다”고 지시한 정황이 증인신문에서 드러난 것입니다.

이러한 여성 경찰관의 리드 하에, 상대방은 피고인에게 경찰에 신고했다는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은 채, 마치 상황극을 계속하는 것처럼 우리 의뢰인에게 미끼성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3) 의뢰인에게는 협박할 수단도, 동기도, 후속 행동도 없었습니다.

의뢰인이 진정으로 상대방을 협박할 의사가 있었다면, 상대방의 신상정보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인스타그램에 영상을 올리겠다고 협박하려면, 적어도 상대방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무엇인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의뢰인은 상대방의 실명도, 전화번호도, 집 주소도, 직업도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시그널에서 사용하는 닉네임만 알고 있었을 뿐입니다. 상대방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본 적도 당연히 없었습니다.

상대방도 법정에서 “피고인이 인스타를 봤구나 라고 추정할 만한 다른 근거가 있었냐”는 질문에 “아예 단서는 없었습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빌미로 상대방을 협박한다는 것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의뢰인은 상황극에 따라 할 멘트를 찾다가 인스타그램 계정을 언급한 것일 뿐, 이는 협박의 고의와 무관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의뢰인은 상대방에게 “니꺼 영상보낼테니까 친구랑 있으면 누르지 마”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상대방이 친구와 함께 있다는 말을 듣고, 오히려 상대방의 영상이 친구에게 노출될 것을 우려한 것입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우리 의뢰인이 죄를 짓지 않았을 뿐더러, 도리어 상대방을 걱정까지 해주었다는 사실에 안타까운 마음마저 들더군요.

아무쪼록 우리 의뢰인은 이 대화 이후 상대방에게 추가로 연락한 사실도 없고, 상대방의 영상을 외부로 유출한 사실도 없습니다. 심지어 이 사건 당시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처분하기까지 했는데, 이는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가 될 수 있는 대화 내역을 스스로 없앤 셈입니다.

진정으로 협박할 고의가 있었던 사람의 행동과는 거리가 멉니다.

4) 상대방 진술의 신빙성 문제 — 시그널 ‘사라지는 메세지’ 기능을 둘러싼 모순

상대방은 “피고인이 본인이 보낸 사진·영상을 저장할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시그널 어플리케이션에서는 영상이나 사진을 보내는 사람이 직접 ‘1번만 보게 할지, 다운로드가 가능하게 할지’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두 경우의 화면 표시 방식은 확연히 다릅니다. 1번만 보게 설정하면 영상의 화면이 보이지 않고 ‘동영상 보기’라는 텍스트만 표시되고, 다운로드가 가능하게 설정하면 영상의 예시 화면이 그대로 출력됩니다.

실제로 상대방은 의뢰인에게 다운로드가 가능하게 하여 영상을 전송했습니다. 저장될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상대방은 시그널의 ‘사라지는 메세지 시간’을 30초로 설정했다가 5분으로 바꾸고, 다시 30초로 변경하는 등 이 기능을 능숙하게 조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촬영물등이용협박_5

증인신문에서 이 점을 지적하자, 상대방은 “(또다시 30초로 설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며 답변을 얼버무렸습니다.

더 결정적인 모순이 있었습니다.

상대방의 진술에 의하면, ‘5분으로 변경한 이유는 두려움을 느꼈고, 혹시 몰라서 대화 내용을 보관하고 싶은 마음이 저기서부터 생겼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5분으로 변경한 이후의 대화 내역이 캡처되어 경찰에 제출되었어야 합니다. 그런데 해당 부분은 전혀 캡처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는 저와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자신이 생각해도 앞뒤가 안 맞는 진술이 난무하여 무척 당황스러웠을 겁니다. 저라면 창피해서 법정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상대방의 진술은 객관적 증거와 들어맞지 않는 부분이 곳곳에 있었고, 불리한 질문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 난다”며 진술을 회피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였습니다.

결과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의뢰인이 실제로 상대방에게 해악을 고지한다는 인식 아래 이 사건 메시지를 전송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촬영물등이용협박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판결에서 재판부가 특히 주목한 사정들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이 사건 메시지를 받은 직후 공포감과 두려움을 느끼고 즉시 경찰에 신고한 점, 의뢰인으로부터 명시적인 동의를 얻었는지 여부에 관한 의뢰인의 진술이 다소 일관되지 않은 점 등은 의뢰인에게 불리한 사정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당시 강간플레이나 협박플레이를 즐기고 있었다고 생각하였을 여지가 있고, 상대방의 소극적인 의사표시 역시 플레이의 내용으로 오인했을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입니다.

촬영물등이용협박 판결문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면

촬영물이용협박 혐의로 수사를 받거나 재판에 넘겨진 상황이라면, 메시지의 겉모습만 보고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단정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 사건처럼 메시지가 나오기까지의 맥락과 전후 사정을 면밀히 분석하면, 협박의 고의가 부정될 수 있는 여지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다만, 그 맥락을 재판부에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화 내역을 한 줄 한 줄 대조하고, 증인신문에서 모순점을 하나하나 잡아내고, 이 모든 것을 하나의 논리 구조 안에 촘촘히 엮어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수십페이지 분량의 변론요지서가 그 역할을 했습니다.

상황이 급박할수록 섣부른 판단보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꼼꼼히 살펴줄 수 있는 변호인의 조력이 필요합니다.

성범죄전문변호사 선임을 알아보고 계신 분들께 도움이 될만한 글을 하나 첨부해드리며 이만 글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창효였습니다.

촬영물등이용협박, 자주 묻는 질문

Q1. 촬영물등이용협박의 법정형은 어떻게 되나요?

A. 1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벌금형이 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유죄가 확정되면 징역형만 선고될 수 있습니다. 집행유예가 붙을 가능성은 있지만, 실형이 선고될 수도 있습니다.

Q2. 상황극(강간플레이·협박플레이) 중에 한 발언도 처벌 대상이 되나요?

A. 핵심은 ‘협박의 고의’가 있었느냐입니다. 상대방과 합의하에 상황극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면, 해악을 고지한다는 인식, 즉 협박의 고의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를 재판부에 입증하기 위해서는 대화 내역 등 객관적 증거를 통한 면밀한 변론이 필요합니다.

Q3. 상대방에게 합의를 시도하면 유죄를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나요?

A.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합의 시도는 범행 인정이 아니라 형사 절차를 조기에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에서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의뢰인이 중간에 합의를 시도한 바 있으나, 재판부는 이를 범행 인정의 근거로 삼지 않았습니다.

Q4. 시그널 같은 보안 메신저에서의 대화도 증거가 되나요?

A. 시그널은 ‘사라지는 메세지’ 기능 등 보안성이 강한 메신저이지만, 캡처본이나 다운로드된 사진·영상 등은 증거로 제출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상대방이 캡처한 대화 내역과 피고인이 임의제출한 영상 등이 증거로 사용되었습니다.

Q5. 촬영물등이용협박 혐의를 받고 있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 내역 등 객관적 증거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입니다. 메시지가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상대방의 반응은 어떠했는지가 협박의 고의 판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수사 초기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진술 방향과 증거 확보 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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