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전담재판부 판사 역임, 강창효 변호사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장애인성범죄 사건에서 1심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의뢰인이, 항소심에서 저를 선임한 뒤 원심 파기,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사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은 고등학교 동창 2명과 함께, 지적장애가 있는 같은 학교 친구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인스타그램 등을 이용하여 피해자가 좋아하던 이성 친구인 것처럼 행세하여 피해자를 속임으로써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피해자의 나체 사진과 자위행위 영상을 촬영·전송하도록 유도한 것이죠.
같은 대화방에서 장애를 비하하는 모욕적 메시지도 수차례 보냈고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위계등추행), 장애인복지법위반, 모욕 — 세 가지 혐의가 한꺼번에 적용된 무거운 사건이었습니다.
의뢰인은 공소사실 전부를 인정하고 있었으나, 1심에서 다른 공범과 국선변호인을 함께 쓰는 구조로 재판에 임했습니다.
피해자와의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고, 양형을 위한 변론도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결과는 징역 1년 실형. 선고 직후 법정에서 수갑이 채워졌습니다.

의뢰인의 가족들은 아들이 구속된 뒤에야 비로소 범행의 전모를 알게 되었고, 뒤늦게 저를 찾아왔습니다. 제가 동부구치소에서 의뢰인을 처음 접견했을 때, 의뢰인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나쁜 짓을 했습니다. 피해자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수감 생활 속에서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비겁한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집행유예를 이끌어냈습니다.
장애인성범죄, 어떤 처벌을 받게 되나?
이 사건의 핵심 죄명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위계등추행)입니다.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을 추행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여기서 ‘위계’란 행위자가 간계를 써서 상대방의 부지 또는 착오를 이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좋아하던 이성 친구인 것처럼 행세하거나 가상의 여성인물을 만들어 속인 행위가 바로 위계에 해당했습니다. 지적장애로 인해 판단 능력이 온전하지 못한 피해자가 이러한 속임수에 넘어간 것이죠.
법정형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의 벌금입니다. 유기징역의 상한이 15년이고, 경합범 가중까지 적용되면 처단형이 크게 늘어납니다.
⑥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을 추행한 사람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의뢰인은 이 죄에 더해 장애인복지법위반 혐의도 함께 받았습니다. 장애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성폭력 등의 행위를 한 경우에 성립하는 죄입니다.
이 두 죄는 하나의 행위가 두 개의 법률에 동시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어, 형이 더 무거운 장애인위계등추행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됩니다.
여기에 모욕죄까지 경합되면서, 이 사건의 법률상 처단형 범위는 징역 1년에서 36년까지 이르렀습니다.
형사처벌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유죄가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가 되고, 아동·청소년 관련기관과 장애인 관련기관에 대한 취업제한명령이 부과됩니다. 사안에 따라 공개명령이나 고지명령이 추가될 수도 있습니다. 판결문 한 장이 향후 수년간의 사회생활에 그림자를 드리우게 되는 셈입니다.
이처럼 무거운 처벌 범위 안에서 실형과 집행유예의 경계를 가르는 것은, 결국 양형 변론의 깊이입니다.
1심 법정구속에서 항소심 집행유예 — 어떻게 가능했나?
이 사건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1심에서 의뢰인이 제대로 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의뢰인의 가족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사선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했고, 국선변호인은 다른 공범과 공유하는 구조였습니다.
양형을 위한 변론이 미진했던 것은 물론이고, 피해자에 대한 합의 시도조차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1심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한 데에는 범행의 죄질이 무거웠던 것도 있지만, 양형 변론의 빈자리도 분명히 한몫했습니다.
저는 항소심을 맡으면서 이 빈 공간을 채우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장애인성범죄 사건에서 혐의를 전부 인정하고 있는 이상,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양형자료의 질과 양, 그리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엮어내는 변론요지서뿐이었기 때문입니다.
1) 피해자와의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1심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의뢰인은 공범들 중에서도 범행을 적극적으로 계획하고 주도했고, 피해자를 모욕한 횟수 역시 다른 공범의 2배에서 7배에 달할 만큼 압도적이었습니다.

항소심 판결문에도 “피고인은 피해자를 유희의 도구로만 삼아 유린하였고, 범행을 적극적으로 계획 및 주도하여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적시되어 있었죠. 피해자 가족 입장에서 용서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저는 의뢰인과 의뢰인의 어머니가 직접 작성한 사죄 편지를 피해자 측에 전달하며, 진심이 담긴 사과의 다리를 놓았습니다. 결국 피해자와 법정대리인은 의뢰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해 주었습니다.

다만 합의가 되었다고 해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도 공판에서 “합의가 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모든 잘못이 면책될 수 없다”고 지적하였고, 저 역시 이를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합의는 양형의 한 요소이지, 면죄부가 아닙니다. 그래서 합의 이외의 양형자료를 더 두텁게 준비해야 했습니다.
2) 반성이 말뿐이 아님을 증명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의뢰인은 구속 이래 약 20회에 걸쳐 재판부에 자필 반성문을 제출했습니다. 반성문 자체는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입니다. 중요한 건, 반성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저는 여기서 한 가지 차별화된 양형자료를 준비했습니다. 의뢰인의 어머님께서 직접 성범죄 재범방지교육을 이수한 것입니다.

아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부모가 먼저 나서서 교육을 받겠다고 한 겁니다. 말로만 “잘 교육하겠다”고 하는 것과, 실제로 교육을 수료하고 그 증명서를 재판부에 제출하는 것은 설득력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재판부에 “이 가족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강력한 자료였습니다.
부모님의 탄원서, 4년 넘게 교제해 온 여자친구분의 탄원서도 함께 제출했습니다.
의뢰인이 사회로 돌아왔을 때 곁에서 다독여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재판부에 보여주기 위함이었습니다.
3) 의뢰인의 삶의 맥락을 재판부가 온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총 12건의 양형자료를 체계적으로 구성했습니다.
양형 변론에서는 의뢰인이라는 사람의 전체적인 삶을 재판부에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범행의 죄질만 놓고 보면 엄벌이 당연해 보이는 사건이라도, 그 사람의 환경과 사정을 함께 들여다보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뢰인의 아버님께서는 심장 판막수술을 받은 이후 정상적인 근로가 어려운 상태였고, 어머님께서 운영하던 수제화 사업체는 코로나 이후 기울어 부동산 임의경매까지 개시된 상황이었습니다.
의뢰인은 이런 가정 형편을 알고 있었기에, 부모님께 경제적 부담을 드리지 않기 위해 학원 한 번 다니지 않고 독학으로 대학교 편입에 성공한 학생이었습니다.
아버님의 의무기록, 사업체 등기부등본, 임의경매 통지서, 편입 합격통지서, 등록금 영수증 — 이 모든 자료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었습니다.
의뢰인이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은 분명하지만, 다시 기회를 주면 돌아갈 자리가 있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말입니다.
4) 변론요지서를 통해 원심 파기의 근거를 논리적으로 제시했습니다.
재판부는 양형을 결정할 때 형법 제51조에 열거된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저는 변론요지서에서 의뢰인의 연령, 성행, 환경(제1호)과 범행 이후의 정황(제4호)을 중심으로, 원심의 양형이 과중하다는 점을 하나하나 논증했습니다.
- 1심에서 변호인의 조력이 미진했던 사정
- 항소심에 이르러서야 합의가 이루어진 경위
- 어머님의 재범방지교육 이수
- 가족들의 헌신적인 교화 의지
이 모든 것을 종합하여 재판부에 선처를 요청했습니다.
선고 결과
서울고등법원 제11-3형사부는 의뢰인의 양형부당 항소에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여, 이 장애인성범죄 사건의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 부분을 파기하였습니다.

새로운 선고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 사회봉사 80시간
-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40시간
-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 관련기관 각 3년간 취업제한
한편, 검사는 피고인들 전원에 대해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뢰인이 모든 범행을 인정하고 있는 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항소심에 이르러 피해자와 합의하여 처벌불원 의사를 확보한 점, 법정구속 이후 수개월간 구금생활을 통해 반성의 기회를 가진 점 등을 종합하여,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양형 변론이 결과를 바꾼 사건
이 사건은 같은 혐의, 같은 사실관계 아래에서도 양형 변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실형과 집행유예가 갈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장애인복지법위반 등 중한 죄목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혐의를 인정하는 이상,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양형자료입니다.
합의를 이끌어내고, 반성의 진정성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증명하며, 의뢰인의 삶의 맥락을 재판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자료를 구성하는 것 — 이 과정에서 변호인의 역할은 결정적입니다.
1심에서 충분한 조력을 받았더라면, 의뢰인은 법정에서 수갑이 채워지는 경험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받아든 뒤에야 변호인을 찾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지금 성범죄 사건으로 수사나 재판을 앞두고 계시다면, 양형 변론의 무게를 아는 변호인을 만나시길 바랍니다.
성범죄전문변호사 선임을 앞두고 계시다면 아래 글을 읽어보시고 피해 없으시길 소망합니다.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이만 글 마치겠습니다. 강창효였습니다.
장애인성범죄 자주 묻는 질문
Q1. 장애인위계등추행 혐의를 인정해도 집행유예가 가능한가요?
A. 가능합니다. 장애인성범죄에 해당하더라도 양형 사유에 따라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1심 실형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변경되었습니다. 합의 여부, 초범 여부, 반성의 정도, 재범 방지 노력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Q2. 1심에서 실형을 받으면 항소심에서 뒤집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항소심에서 새로운 양형자료를 제출하고, 피해자와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양형 사정에 변화가 있으면 원심이 파기될 수 있습니다. 다만, 항소심에서 결과를 바꾸려면 1심과는 다른 수준의 양형 변론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Q3. 장애인 대상 성범죄에서 피해자와 합의하면 형이 줄어드나요?
A. 합의는 유리한 양형 요소 중 하나이지만, 합의만으로 모든 잘못이 면책되지는 않습니다. 재판부는 합의 사실뿐 아니라 범행의 죄질, 반성의 진정성, 재범 방지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합의와 함께 반성의 구체적 증거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Q4. 장애인 대상 성범죄로 유죄가 확정되면 어떤 보안처분이 부과되나요?
A. 신상정보 등록,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 관련기관 취업제한명령이 부과됩니다. 사안에 따라 공개명령이나 고지명령이 추가될 수도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공개·고지명령은 면제되었으나, 각 3년간의 취업제한명령이 부과되었습니다.
Q5. 양형 변론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나요?
A. 피해자와의 합의, 반성문 제출, 가족·지인의 탄원서, 재범 방지를 위한 구체적 노력(교육 이수 등), 의뢰인의 사회적 유대관계와 환경을 보여주는 자료 등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변론요지서를 통해 재판부에 논리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