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전담 재판부 판사 역임, 강창효 변호사입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사건은 통신매체이용음란 사건입니다. 의뢰인은 온라인에서 알게 되어 연락을 주고받던 상대방에게,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적인 내용의 메시지와 신체 사진을 보냈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했습니다.
문제는 이분이 3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온 지방공무원이었고, 정년이 코앞이었다는 점입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를 두고 흔히들 “벌금이면 다행”이라고 하십니다. 실제로 상당수 사건이 벌금형으로 마무리되기도 하고요. 그런데 공무원에게는 그 ‘다행’이라는 말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벌금형 자체가 곧 자리를 잃는 사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통매음변호사를 찾아오시는 분들 중에는 공무원, 교사, 군인처럼 신분이 걸린 분들이 유독 많습니다. 이분들의 질문은 늘 하나로 모이죠. 벌금이라도 나오면 나는 어떻게 되느냐는 것.
이 사건도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의뢰인은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고, 30년 공직도 그대로 지켰습니다.
통매음변호사가 짚어드리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성립조건과 법정형
성폭력처벌법 제13조는 세 가지가 모두 갖춰졌을 때 이 죄의 성립을 인정합니다.
-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을 것
-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이용했을 것
-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음향·글·그림·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했을 것
법정형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성범죄 법정형만 놓고 보면 무거운 편은 아닙니다. 다만 유죄가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고, 사안에 따라 이수명령이나 취업제한이 따라붙을 수 있어 실제 부담은 벌금 액수만으로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대화가 오갔다고 해서 면죄부가 되지는 않습니다
상담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이겁니다. “서로 주고받던 사이인데 왜 저만 죄가 되나요.”
법원은 이 죄의 보호법익을 원하지 않는 성적 표현을 접하지 않을 권리로 봅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대화 흐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양해한 사정이 있다면 구성요건 자체를 문제 삼아볼 여지가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문제는 그 양해의 범위입니다. 어떤 대화를 나누었다는 사정이, 그 뒤에 이어진 별개 행위까지 덮어주지는 않거든요. 앞선 대화의 분위기와 이후의 전송 행위는 법적으로 각각 따로 평가됩니다. 분위기를 근거 삼아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순간, 그 한 걸음이 독립된 도달 행위가 되어버리는 것이죠.
공무원에게 벌금 100만 원은 단순한 벌금이 아닙니다
지방공무원법 제31조 제6의3호와 제61조는 성폭력범죄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아 확정되면 결격사유에 해당하여 당연퇴직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정확히 여기에 해당하고요.
이 조항은 30년을 근무했든 1년을 근무했든 똑같이 작동합니다. 근속 연수를 참작해주지도, 정년이 얼마 남았는지 물어보지도 않습니다. 의뢰인에게 이 사건은 형량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30년이 남느냐 사라지느냐의 문제였죠.
이 구조를 이해하고 나면, 왜 이 사건의 목표가 처음부터 감형이 아니라 통매음 기소유예였는지도 자연스럽게 납득이 되실 겁니다. 재판에 넘어가는 순간 이미 절반은 지고 들어가는 싸움이었으니까요.
혐의를 다투는 대신 기소를 막기로 한 이유
통매음변호사로서 이 사건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논리를 짜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정하는 것이었습니다. 목표가 정해지고 나면 그 뒤의 선택들은 의외로 단순해집니다.
1) 다툴 수 있는 사건과 다투어야 하는 사건은 다릅니다
법리적으로 이 사건에 다툴 여지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전까지 오간 대화의 맥락을 근거로 구성요건 해당성을 문제 삼아볼 여지는 분명 있었죠.
그러나 다툴 수 있다는 것과, 다투는 것이 이 의뢰인에게 최선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다툼을 이어가다 기소되면 그때부터는 무죄를 받지 못하는 한 결과가 같아집니다. 벌금 100만 원이나 징역형이나, 이분에게는 결국 퇴직이라는 같은 종착지니까요.

그래서 저는 의뢰인이 자신의 잘못을 온전히 인정하고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뒤, 검찰에 낼 자료를 전부 그 방향으로 모았습니다.
2) 경찰 조사에 직접 들어갔습니다
이어서 의뢰인과 함께 경찰조사에 동행했습니다.
조사실에서는 인정할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경계를 그 자리에서 판단해야 하는 순간이 옵니다.
수사관의 질문이 어느 지점을 겨냥하고 있는지 읽지 못하면, 본인은 사실대로 답했다고 생각해도 조서에는 전혀 다른 뉘앙스가 남게 되죠.
그리고 그 조서는 이후 제출할 모든 서면의 토대가 됩니다. 조서와 의견서가 어긋나는 순간, 반성의 진정성부터 의심받게 되고요.
3) 처분이 나기 전에 자료 낼 시간부터 확보했습니다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뒤, 저는 검사실에 직접 연락하여 양형자료 제출기한을 부여받았고 그 취지를 절차진행에 관한 의견서로 제출해 두었습니다.
아무리 공들인 자료도 처분이 난 뒤에 내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검찰 단계는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입니다. 자료를 준비하는 사이 처분이 먼저 나가버리는 경우가 실제로 드물지 않고요. 그래서 자료의 내용을 고민하기에 앞서, 낼 시간이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4) 벌금형의 진짜 의미를 의견서에 그대로 적었습니다
저는 당연퇴직 조항을 조문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이 사건에서는 곧 30년 공직의 상실을 뜻한다는 점을 에두르지 않고 밝혔습니다.
책임을 져야 함은 분명합니다. 다만 우발적인 일회성 잘못으로 삶의 기반 전부를 한꺼번에 잃는 것이 이 사건의 경위에 비추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것이 변호인의 의견이었죠.
5) 재범 위험이 없다는 하나의 결론으로 자료를 모았습니다
자료는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하나의 결론으로 모여야 힘이 생깁니다.
- 자필 반성문
- 종합심리평가보고서 및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자료
- 성범죄 재범방지교육 수료증
- 인지행동개선훈련 수료증
여기에 30년의 재직 사실, 만학으로 취득한 학위와 자격증,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이어온 기부 내역, 홀로 노모를 부양하고 있는 사정을 함께 담았습니다.
이 모든 자료가 결국 초범이고 우발적인 일회적 범행이며 재범의 위험이 없다는 한 문장으로 수렴하도록 의견서를 구성했습니다.
검찰의 판단과 처분 결과
검사는 의뢰인에 대하여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습니다. 불기소결정서에 적힌 참작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동종 범죄전력이 없는 점
-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하여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기소유예는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입니다. 벌금형도, 전과도 남지 않죠. 결과적으로 의뢰인은 30년의 공직을 그대로 지켰습니다.

통매음변호사로서 여러 사건을 맡고 있지만, 처분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의 무게는 사건마다 다릅니다. 이 사건은 그 무게가 유독 무거웠던 축에 속합니다. 한 사람이 평생 쌓아온 것이 서류 몇 장의 순서와 타이밍에 달려 있었으니까요.
같은 상황에 놓이셨다면 기억하실 것
통매음 기소유예라는 결과는 어느 한 가지 자료 덕에 나오지 않습니다. 합의, 반성의 태도, 재범 위험에 대한 소명,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처분 전에 기록으로 남겨두는 일이 함께 맞물려야 나옵니다.
그래서 세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합의는 빠를수록 좋습니다. 검찰의 처분이 내려진 뒤에는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둘째, 검찰 단계에서는 자료를 낼 시간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을 확보하는 일이 별도의 과제가 되기도 합니다.
셋째, 공무원이나 전문직처럼 신분이 걸린 분이라면 목표를 처음부터 분명히 잡으셔야 합니다. 형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기소 자체를 막는 것입니다.
수사 초기의 방향 설정이 결과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라는 점,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혐의를 다투고자 하는 분이라면 아래 포스팅도 이어서 읽어보세요.
통매음변호사에게 자주 묻는 질문
Q1. 혐의를 인정하면 처벌은 피할 수 없는 것 아닌가요?
A. 인정 여부와 처분 결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기소유예는 혐의가 인정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되,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입니다. 즉 잘못을 인정한다고 해서 처벌이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안에 따라서는 인정과 반성이 기소를 막는 가장 유력한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인정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인정한 이후 무엇을 어떻게 남기느냐입니다.
Q2. 합의만 하면 기소유예를 받을 수 있나요?
A. 합의는 가장 비중이 큰 요소이지만 유일한 요소는 아닙니다. 검찰은 동종 전력의 유무, 범행의 경위와 계획성, 반성의 정도, 재범의 위험성까지 함께 봅니다. 합의서 한 장만 제출된 사건과, 합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재범 방지를 위한 노력이 함께 소명된 사건은 같은 무게로 읽히지 않습니다. 합의는 출발점이지 도착점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Q3. 기소유예를 받으면 전과나 공무원 신분은 어떻게 되나요?
A. 기소유예는 유죄판결이 아니므로 전과기록이 남지 않고, 벌금형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퇴직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신상정보 등록 대상도 되지 않습니다. 다만 수사를 받은 이력 자체는 수사경력자료로 일정 기간 보존되며, 소속 기관의 징계 절차는 형사처분과 별개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직종과 기관에 따라 달라지므로, 통매음변호사와 상담하실 때 형사처분과 함께 반드시 짚어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