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전담 재판부 판사 역임, 강창효 변호사입니다.
의뢰인은 평소 사용하던 어플에서 새로운 여성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분위기가 가볍게 흘러가는 듯했고, “이 정도 농담은 받아줄 수 있겠지”라는 판단으로 성적 뉘앙스가 담긴 말을 꺼냈습니다. 상대방의 반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 불쾌감을 넘어 “이건 성범죄다, 고소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죠.
채팅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상황. 고소가 접수된다면 입건은 거의 확실했습니다.
저는 한 가지만 말씀드렸습니다. “경찰 연락을 기다리면 이미 늦습니다. 지금 바로 고소전합의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로부터 24시간. 피해자 측과 합의가 성사되었고, 고소는 접수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이 하루 만에 끝날 수 있었던 이유는 속도만이 아닙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전제조건일 뿐, 합의가 실제로 성사되려면 피해자가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이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통매음이라는 죄의 무게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고소전합의, 왜 고소된 뒤보다 유리한가?
의뢰인의 발언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이른바 ‘통매음’에 해당할 소지가 높았습니다. 고소 전 합의 방법을 알아보기에 앞서, 이 죄가 어떤 무게를 가지는지부터 짚어야 합니다.
통매음은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문자·메신저 등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글·영상 등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면 성립합니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 법정형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채팅으로 한 말 몇 마디인데 그렇게까지 되나?”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채팅·문자·메신저는 증거가 그대로 남습니다. 피해자가 캡처 화면 하나만 제출하면 혐의 입증은 사실상 끝나는 구조입니다.
아울러 여기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통매음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닙니다.
반의사불벌죄라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습니다”라고 하면 검사가 기소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통매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고소가 접수된 뒤에 피해자와 합의하고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혀도, 검사의 판단에 따라 기소가 가능합니다. 실무적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기는 하지만, 그것은 ‘가능성’이지 보장이 아닙니다.
게다가 고소가 접수되면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고, 수사기관 내 처분 기록이 남습니다. 이후 유사한 사건에 연루될 경우, 과거 기록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고소 후 합의는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닦는 것에 가깝습니다.
반면, 고소 전에 합의가 이루어지면 수사 자체가 시작되지 않습니다. 경찰 조사도 없고, 수사 기록도 남지 않으며, 전과의 위험도 원천적으로 차단됩니다. 법적 절차의 문이 열리기 전에, 그 문 자체를 닫아버리는 것입니다.
이것이 고소되기 전에 합의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이고, 제가 의뢰인에게 “지금 바로 움직여야 합니다”라고 말한 배경입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어떻게 움직였는지, 24시간 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피해자의 마음을 여는 것이 합의의 본질이다
고소전합의에서 속도는 전제조건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피해자가 마음을 열지 않으면 합의는 성사되지 않습니다.
저는 가해자를 대리하는 사건뿐 아니라, 피해자를 대리하는 사건도 다수 수행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분들이 겪는 고통을 가까이에서 보아왔기 때문에, 가해자를 대리할 때도 피해자가 어떤 말에 마음을 여는지, 어떤 접근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지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이번 사건에서도 그대로 작동했습니다.
1) 가장 먼저, 의뢰인에게 당부한 것이 있습니다.
“피해자에게 절대 직접 연락하지 마십시오.”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해자에게서 불시에 걸려온 전화나 메시지가 사과가 아니라 또 다른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가해자가 성급하게 직접 연락했다가, 피해자가 합의를 단념하고 곧장 고소를 결심하는 경우를 저는 여러 번 보아왔습니다.
2) 피해자 측에 전할 첫 메시지를 신중하게 설계했습니다.
처음부터 합의금 액수나 조건을 언급하면 피해자는 “돈으로 무마하려 한다”고 느낍니다.
첫 접촉에서는 오직 한 가지만 전달합니다. “의뢰인이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실질적인 피해회복을 해드리기를 원합니다.”
이것이 관문입니다. 이 첫 메시지에서 피해자가 대화의 문을 열어주느냐, 아니면 닫아버리느냐가 합의의 성패를 가릅니다.
비단 합의의 성패만 따질 일도 아니고, 상대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었으면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 도의적으로도 옳은 일입니다. 피해자는 이러한 마음가짐을 다 느낍니다.
3) 피해자가 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처음에는 강경했습니다.
“기분이 상했는데 돈만 준다고 될 일이냐”는 반응이었죠. 당연합니다. 성적 수치심을 느낀 피해자에게 금전만으로 감정이 정리될 리 없습니다.
저는 피해자 측에 의뢰인의 반성을 구체적으로 전달했습니다.
- 왜 그런 발언을 하게 되었는지의 맥락
- 다시는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
- 피해자가 원한다면 직접 고개를 숙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
단순히 “미안하다”는 한 마디가 아니라, 의뢰인이 이 일로 얼마나 자신을 되돌아보았는지를 보여드린 것입니다.
합의금 범위도 함께 조율했습니다.
피해자가 진정성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의뢰인의 경제적 사정에서 감당할 수 있는 선.
과도하면 합의 시기가 늦어지고, 너무 적으면 성의가 없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 균형을 잡는 것이 변호사의 역할입니다.
결국 피해자는 의뢰인의 사과를 받아들였고, “이번에 한해서는 고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결과
의뢰인이 금요일 밤 저에게 전화한 지 24시간 만에 고소전합의가 성사되었습니다.
고소는 접수되지 않았고, 경찰 수사도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수사 기록도, 전과도 남지 않았습니다.
금요일 밤의 실수로 인생 전체가 흔들릴 뻔한 상황이, 토요일 저녁에는 완전히 종결되었습니다.

고소 위기에 처했다면
이 사건을 돌아보면, 합의가 성사될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시기를 놓치지 않은 것. 의뢰인이 상대방의 고소 통보를 받고 곧바로 연락했고, 저 역시 수임 직후 지체 없이 피해자 측에 연락을 취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피해자의 마음이 열린 것. 돈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사과가 전달되었기 때문에, 피해자가 합의에 응할 수 있었습니다.
고소 전 합의 방법을 알아보고 계신 분이라면, 아마 지금 이 의뢰인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 계실 겁니다. 상대방이 고소를 예고한 상태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실 수 있습니다.
경험상, 이런 상황에서 가장 나쁜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기다리는 것.
“혹시 잊어버리지 않을까”, “시간이 지나면 화가 풀리지 않을까” 하며 기다리는 동안, 피해자는 고소장을 쓰고 있을 수 있습니다.
둘째, 직접 연락하는 것.
진심 어린 사과라 해도, 피해자에게는 위협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입니다.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이만 글 마치겠습니다. 성범죄전문변호사, 강창효였습니다.
고소전합의 관련 자주 묻는 질문
Q1. 고소 전에 합의하면 전과 기록이 남지 않나요?
A. 고소전합의가 이루어지면 수사 자체가 개시되지 않으므로, 전과 기록은 물론 수사 기록도 남지 않습니다. 법적 절차가 시작되기 전에 사건이 종결되기 때문입니다.
Q2. 고소 전 합의는 반드시 변호사를 통해야 하나요?
A. 법적 의무는 아닙니다. 다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면 감정이 악화되거나 2차 가해로 비칠 위험이 있습니다. 변호사가 중간에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합의 성사 확률을 높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Q3. 합의 후에도 피해자가 다시 고소할 수 있나요?
A. 합의서에 ‘향후 민·형사상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포함하면 재고소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합의서 작성을 꼼꼼히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Q4. 통매음 합의금은 보통 얼마인가요?
A. 발언의 수위, 피해자가 느낀 피해 정도, 가해자의 경제적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일률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사건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하여 현실적이면서도 진정성이 전달되는 선으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5. 고소 전 합의가 실패하면 어떻게 되나요?
A. 합의가 불발되더라도, 합의를 시도한 사실 자체가 이후 수사·재판 과정에서 반성의 정황으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다만 합의 시도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처음부터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