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나 클럽에서 만난 상대와 하룻밤을 보낸 뒤, 다음 날 준강간으로 고소당했다는 연락을 받으면 머릿속이 새하얘지기 마련입니다.
폭행한 적도 협박한 적도 없는데 어떻게 성범죄 혐의가 되는지, 술에 취해 있었을 뿐인데 무엇을 어떻게 입증해야 하는지부터 막막하실 텐데요.
게다가 준강간죄에는 벌금형 규정이 없어 유죄가 인정되면 곧장 실형이나 집행유예가 문제 되니, 그 무게 앞에서 두려움이 앞서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러나 모든 준강간 사건에 변호인 선임이 똑같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내 사건이 다퉈야 할 사건인지, 인정하고 합의로 풀어야 할 사건인지부터 가늠하는 일이 먼저죠. 어느 경우에 준강간변호사의 조력이 절실해지는지를 순서대로 짚어보겠습니다.

1. 합의된 관계였는데 준강간으로 고소당했다면?
준강간은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는 범죄입니다(형법 제299조). 강간죄가 폭행·협박을 요건으로 하는 것과 달리, 준강간은 그런 물리적 강제 없이도 상대가 의식이 흐려진 상태였다면 성립할 수 있죠. 바로 이 점 때문에 합의된 관계였다고 믿었던 사람도 갑작스레 피의자가 되곤 합니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술을 마셨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심신상실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핵심은 성관계 당시 고소인이 사물을 변별하고 스스로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있었는지입니다. 다소 취해 있었더라도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할 수 있는 상태였다면 준강간은 성립하지 않죠.
그래서 피해자가 몸을 가눌 수 없을 만큼 취하거나 깊이 잠든 상태가 아니었고, 실제로는 서로 합의한 관계였다면 이는 적극적으로 다퉈야 할 사건입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당시 고소인에게 의사결정 능력이 있었음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자료를 정리해 수사기관에 전달해야 하죠. 이런 사건일수록 혼자 진술로만 맞서기보다 준강간변호사를 선임해 방향을 잡는 편이 현명합니다.
2. 혐의를 인정하는 경우에도 변호사 선임이 필요할까?
반대로 다툴 거리가 전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관계를 돌이켜봐도 혐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고, 객관적 증거까지 명백하다면 무리하게 무혐의를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진술의 신빙성만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양형 요소는 합의입니다. 준강간처럼 피해자가 있는 성범죄는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처분 수위를 크게 좌우합니다. 진지한 반성과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함께 참작되면 결과가 달라질 여지가 생기죠.
그래서 금전 여력이 제한적이라면, 선임비용을 지출하기보다 그 돈을 합의금에 보태는 편이 결과적으로 더 나을 때가 있습니다.
다툴 쟁점이 없는 사건에 준강간변호사의 조력이 갖는 비중과, 피해자와의 합의가 갖는 비중을 견주어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죠.
다만 합의는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기보다 대리인을 통해 진행하는 편이 2차 가해 우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므로, 이 부분만큼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3. 무혐의 입증과 핵심 증거 확보
다퉈야 할 사건이라면, 결국 결과를 가르는 것은 객관적인 증거입니다. “상대방이 괜찮아 보였다”는 식의 추상적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당시 고소인에게 의사결정 능력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를 시간순으로 정리해야 하죠.
이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라질 수 있는 자료를 보존하는 것입니다. CCTV, 출입기록, 카드 사용 내역, 택시·숙박·매장 기록처럼 시간이 지나면 삭제되는 자료는 빠르게 확보 요청을 해두어야 합니다. 메시지나 통화내역, 사건 전후의 대화 흐름도 원본 그대로 보존해두는 것이 안전하죠.
자료를 모을 때는 유리한 것만 골라내기보다, 사건 전후의 행동이 전체적으로 일관되게 설명되도록 정리하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수사기관은 피해자 진술뿐 아니라 객관적 자료를 함께 검토하므로, 흐름 어딘가에서 모순이 드러나면 오히려 신빙성을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정상적인 보행이나 대화, 귀가 정황, 목격자 진술처럼 의식 상태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한데 모일 때 비로소 준강간변호사의 변론이 힘을 얻습니다.
4. 관련 사례
클럽에서 만난 상대와 성관계를 가진 뒤 원나잇 준강간으로 고소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의뢰인은 교사였고, 성범죄 혐의가 유지되는 것만으로도 교단에 설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사건의 고소인은 심신상실과는 거리가 먼 상태였습니다. 클럽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했고, 호텔로 가자는 제안에 동의했으며, 객실에서는 친구의 전화를 받아 “집에 가는 중”이라는 상황에 맞는 거짓말까지 했습니다. 콘돔을 직접 요청했고, 성관계 사이 쉬는 시간에는 자신의 이름과 사는 동네를 의뢰인에게 알려주기도 했죠.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사람이 전화에 반응해 거짓말을 하고, 자신의 의사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기는 어렵습니다.
결정적 증거는 의뢰인이 성관계 당시 녹음해둔 음성파일이었습니다. 녹취록 속 고소인은 대화의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고 즉각 반응했으며, 감정 표현을 반복하는 등 항거불능 상태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습니다. 의뢰인이 편의점에 다녀오겠다며 나간 뒤 오래 돌아오지 않자 버림받았다고 여겨 신고에 이른 정황도 함께 짚었습니다.
경찰은 녹음파일과 클럽·호텔 CCTV, 일행들의 사실확인서, 카카오톡 대화를 종합 검토한 끝에 혐의없음(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 증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변호인 의견서를 신속히 제출한 것이 이런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조사 연락을 받았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결국 준강간 사건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사건이 다퉈야 할 사건인지 인정하고 합의로 풀어야 할 사건인지를 가늠하는 것입니다. 그 판단에 따라 증거를 모을지, 합의에 집중할지 대응의 방향이 완전히 갈리기 때문이죠.
경찰에서 출석 연락을 받으면 당황스럽고 두려운 마음에, 수사관이 제안한 날짜에 무리하게 응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사일은 조정이 가능합니다. 변호사 상담을 받아본 뒤 출석하겠다는 이유로 날짜를 조정해도 전혀 문제 되지 않습니다. 준비 없이 서둘러 출석하기보다, 적용 혐의와 고소 취지를 먼저 확인하고 사실관계를 시간순으로 정리할 시간을 확보하는 편이 낫죠.
첫 진술은 이후 검찰 송치와 기소 여부, 나아가 재판 결과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그만큼 한 번 기록된 진술조서는 되돌리기가 쉽지 않으니, 추측으로 답하기보다 기억나는 사실만 정확히 설명하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다툴지 스스로 판단이 서지 않을 때, 준강간변호사를 선임해 사건의 전체 그림을 차분히 들여다보는 일이 의미를 갖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